#1. 생후 10개월 된 딸을 가진 박은미(가명·36)씨는 아이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놓쳤다.
별다른 외상이 없어 상태를 지켜보다가 아이가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는 것 같아 6시간 지난 후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두개골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골절이 발견됐고 머리 옆에 물렁물렁한 혹까지 만져졌다. 의료진의 권고대로 정확한 검진을 위해 뇌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해보니 다행히 뇌출혈 증상은 없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박 씨를 '아동학대 의심'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고, 박 씨는 사건 발생경위를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
#2. 김철호(가명·38)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거실에 놓인 의자에서 혼자 놀던 14개월 된 아들이 발을 헛디뎌 바닥에 떨어진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울음을 터뜨린 아들에게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틀 뒤 오른쪽 팔꿈치 부위가 심각하게 부어올랐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응급실을 방문해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팔꿈치 인근에 미세한 골절이 발견됐다.
담당 의사는 이틀이나 지난 후에야 병원을 찾은 김 씨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보더니 '아동학대 의심'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고, 김 씨는 크게 반발했으나 어쩔 수 없이 조사에 응했다.
이 2가지 사례는 최근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진료현장에서 간혹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28일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육아 경험이 많지 않은 부모가 순간의 부주의로 아이를 다치게 했을 때 '아동학대 의심'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이가 다친 후 병·의원을 늦게 방문한 사람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할 수밖에 없지만 이로 인해 부모와 마찰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의학회는 아동학대 부모의 특성을 '의료기관 방문 지연'과 '골절 이상의 심각한 손상'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판단했다.
특히 응급의학회는 2세 이하의 아이가 골절 이상의 부상을 했을 때 부모가 2시간 안에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으면 더 큰 아동학대 피해를 막기 위해 의사는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아이가 다쳤을 때는 약간의 부상이라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의사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만약 방문 지연 등을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더라도 억울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황 설명을 해주길 바란다"고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