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남경필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소통과 협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던 경기연정(聯政)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연정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남경필 지사가 22일 오전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남 지사의 탈당 선언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침몰하는 세월호를 탈출하는 선장을 보는 듯 참담한 심정"이라며 남 지사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경기도민을 외면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겠다는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1300만 도민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탈당한 것은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 "남 지사가 탈당한 이상, 경기연정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연정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남 지사를 압박했다.
연정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예산안 심의 이후가 될 것"이라고 유보 입장을 밝혔다.
예산안 처리가 다음 달 14일로 예정돼 있어 '디데이'는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시점을 연말까지로 유보한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내년 예산안 처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남 지사의 탈당이 당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움직이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탈당이라는 중대 결정을 하면서 새누리당과 한 마디 협의도 없었던 것에 의원들이 상당히 서운해 하고 있다"면서도 "남 지사의 탈당이 중앙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일단은 관망해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반면 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정 지속 여부에 대해 새누리당의 결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더민주 김종석 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의 결정에 달렸지만) 도민을 위한 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사는 물론 새누리당과도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지사가 무소속이 된 상황에서 다수당으로서의 책임이 더욱더 막중해 질 것"며 이라고 말했다.
◇ 연정 주체 관계 재설정 불가피2기 연정협약서에는 연정의 참여 주체로 '더민주'와 '남경필 지사+새누리당'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남 지사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당적으로 연정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남 지사가 무소속이 된 만큼 남 지사와 새누리당과의 관계 재설정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이젠 여당이 아닌 제2 야당이 됐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최호 대표는 "만약 연정이 지속된다면 연정 주체는 더민주와 새누리당으로 구성된 의회와 남경필 지사로 재설정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표는 "그동안 새누리당은 집행부의 사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며 "실질적으로 새누리당이 연정을 통해 당이 얻어야 할 가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요구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는 연정의 한 독립 주체로 새누리당의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며 "집행부로 이양했던 4개 산하단체 기관장 추천권을 비롯해 연정부지사가 민주당 몫이라면 새누리당은 연정 제2부지사를 추천할 권리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강득구 연정부지사는 "새누리당의 요구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적·행정적 가능 여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어찌됐든 소통과 협치라는 연정의 핵심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 지사는 전날 도의회 양당 대표단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탈당과 관계없이 연정은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