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삼성전자가 29일 이사회를 열고 확정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보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가 더 강해질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변신에 대한 시장반응은 적어도 이날은 '글쎄'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 설명 자료에서 가장 뒷쪽에 배치했지만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배구조 개선' 부문이었다.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이 지난달 초에 이사회에 보낸 제안서에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가려운데를 긁어줬고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답을 이달말까지 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날 내놓은 답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를 포함해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중립적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반드시 분할하겠다라거나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긋지 않고 검토하겠다는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분할을 하기는 할것'으로 받아들였다.
IR그룹장인 이명진 전무는 이날 컨퍼런스콜엣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전략, 운영, 재무, 법률, 세제 및 회계측면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부인력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에게도 자문을 구하고 있으며 최소 6개월 정도 걸린다, 다만 빨라질 수도 있기는 하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두번째 관심은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에 대한 것이었다.
엘리엇은 잉여현금의 75%를 배당하라고 요구해 왔지만 삼성의 이에 대한 답은 50%까지 배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엘리엇의 요구보다는 적지만 지난해 발표때 30-50%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총배당 규모도 4조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30%쯤 늘렸다.
배당하고 남은 재원과 지난해에서 이월된 재원 8천억원을 합해 내년 1월말부터 시작되는 자사주 매입에 쓰고 이렇게 사들인 자사주는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주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내년 1분기부터는 매 분기에 배당을 해 주주들이 연내 균등한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하고 이미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뒀다.
모두 주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이사회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도록 외국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새로운 이사들을 선임하기로 했고 2017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글로벌기업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사회에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지금 CSR 위원회가 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만들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세부사항은 지주회사에 대한 검토결과가 나온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즉 주주에게 이익이 되도록 모든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주가를 통한 시장의 반응은 '글쎄'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169만원이 넘게 출발해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된 직후에는 166만 9천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지만 결국 전날과 똑같은 167만 7천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런 시장 반응은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의 방침을 공식화하기는 했지만 시기가 빨라야 6개월로 늦어진 점과 주주환원 정책 역시 기대보다는 약하다는 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