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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에 수입란까지…대한민국 양계유감

사회 일반

    살처분에 수입란까지…대한민국 양계유감

    무관세 계란 수입. 밥상 위 최후의 100% 국내산 반찬 '계란'마저 사라지나

    - 신선란 수입대책, 실효성보다는 설 앞두고 민심달래기용에 불과해
    - 수입 대책부터 내세우는 농림축산식품부. 엄연한 직무유기
    -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한 육계농가에 이어 대기업계열화 위협 앞에 선 달걀 농가
    - 한국과 유사한 유형의 바이러스 침투된 일본, 사전방역으로 닭 90만 수 살처분에 그쳐

    ■ 방 송 : FM 98.1 (18:00~19:50)
    ■ 방송일 : 2017년 1월 4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은정 농업사회학자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익명 요구 (산란계 닭 농장주)

     



    ◇ 정관용> 요사이 새로운 금수저 인증법이 생겼답니다. 혹시 들어보셨어요? 뭐냐 하면 달걀부침 여러 개 한 번에 먹는 사진, 이런 거 올리면 그 사람이 금수저랍니다. 달걀 값이 그만큼 올라서 한 판이 1만 원을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달걀대란 상황에 정부는 달걀, 또 달걀 가공품을 수입한다라는 방침을 세워서 또 하나의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농업사회학자 한 분을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몇 년 전에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책도 쓰신 바 있는 정은정 씨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정은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금 산란계 닭들 중에서 거의 한 4분의 1 정도 살처분된 건가요?

    ◆ 정은정> 그 정도를 넘어섰죠. 어제부로 3000만 마리라고 얘기를 하는데. 물론 오리가 조금 포함돼 있기는 한데요. 특히 산란계 피해가 커요.

    ◇ 정관용> 제일 크죠? 산란계가 더 큰 이유는?

    ◆ 정은정> 사실 저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육계 쪽에 조류독감이 많이 왔었는데 이번에는 유독 산란계 쪽에 많이 집중이 됐는데요. 아마 제 생각으로는 클러스터처럼 집중적으로 길러지는 지역별 묶여져 있거든요. 그래서 한번 조류독감이 걸리게 되면 퍼지는 속도가 더 빨랐던 거죠.

    ◇ 정관용> 그래서 달걀이 부족하니까 지금 달걀 값이 오르게 됐고 정부는 달걀 수입을 대책으로 내놓았는데요. 산란계 농장주 분들은 이런 정부의 달걀 수입 정책을 반대하고 있거든요. 우선 농장주 한 분 전화로 연결해서 그분의 목소리 먼저 들어보고 그 다음에 정은정 씨랑 차근차근 좀 정리를 하겠습니다. 익명을 요구하셨기 때문에 그냥 바로 연결합니다. 농장주세요. 대표님, 안녕하세요.

    ◆ 농장주> 안녕하세요.

    ◇ 정관용> 대표님 농장도 이미 피해를 보셨다고요?

    ◆ 농장주> 네, 살처분했습니다.

    ◇ 정관용> 언제 하셨어요?

    ◆ 농장주> 27일날 했습니다.

    ◇ 정관용> 며칠 안 됐군요. 몇 만 마리 정도 하셨는데요?

    ◆ 농장주> 10만 마리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가슴 아프시겠어요. 달걀을 정부가 수입하겠다 그리고 그동안 매기던 관세를 무관세로 싸게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농장주> 달걀은 생물 아닙니까?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건 냉동이 되는데 이건 냉동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무관세라고 해도 국내 농가에 있는 달걀과 비교해서 가격이 맞지가 않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수입 달걀이 더 비싸요, 오히려?

    ◆ 농장주> 비싸죠. 예를 들어서 엊그제 제가 잠깐 TV 자막나온 거 보았는데 159원에 세금 빼준다고 해도 항공료 들어가고 또 일반 상인 마진률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300원에서 400원대 나오더라고요.

    ◇ 정관용> 달걀 하나에.

    ◆ 농장주> 네. 지금 시중에는 달걀이 품귀현상이다 보니까 보통 속보 시세가 지금 특란은 212원입니다.

    ◇ 정관용> 지금 올랐는데도 212원.

    ◆ 농장주> 네, 속보 시세로.

    ◇ 정관용> 그런데 수입 달걀은 300원에서 400원.

    ◆ 농장주> 네.

    ◇ 정관용> 그럼 수입 자체가 안 되겠는데요.

    ◆ 농장주> 수입 자체도 안 되고.. 또 달걀 신선도를 위해서 친환경 달걀인지도 따지는데 수입해서 오면 신선도도 떨어질 뿐더러 한 달 이상 걸릴 거 아닙니까?

    ◇ 정관용> 양계업을 하시는 농장주분들은 정부한테 지금 제일 강하게 요구하시는 게 뭡니까? 어떤 정책을 펴달라는 겁니까?

    ◆ 농장주> 지금 현시점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잡는 게 우선이겠죠.

    ◇ 정관용> 물론이죠.

    ◆ 농장주> 그 다음에는 병아리를 먼저 수입을 해서.

    ◇ 정관용> 병아리 수입.

    ◆ 농장주> 네, 수입을 해서 병아리 알을 까서 부화를 시켜서 농가에 보급시키는 게 빠르죠.

    ◇ 정관용> 달걀을 수입하는 건 현장 소비자들한테도 도움이 안 되니까 병아리를 수입해 와서 알을 낳을 수 있게 키우자.

    ◆ 농장주> 네, 그게 빠르죠. 그래서 거의 농가들이 폐허가 되다시피했지 않습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정부가 병아리 수입에 대한 대책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 농장주> 50만 수인가 엊그제 나온 것 같더라고요. 그걸로는 당장 부족해서...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달걀 수입이 아니라 병아리 수입이 답이다 이 말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농장주> 네.

     



    ◇ 정관용> 정은정 씨, 어떻게 들으셨어요? 달걀을 한 번 수입하기 시작하면 국내 산란계 농장주들이 아까 제가 언급한 식품가공 형태로 들어오는, 그런 제품이나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되잖아요.

    ◆ 정은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 달걀가공품들을 직접 수입해서 대기업에 공급하는 것들도 일단은 기업들이 할 거 아닙니까?

    ◆ 정은정> 그렇죠. 업체들이 뛰어드는 거고요. 사실 오늘 SPC같은 대형제과업체에서 달걀 수입, 특히 가공형태로 된 '난액'이라고 하는데요. 그거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좀 환영 의사를 밝혔고요. 그러니까 이런 사태에서 반대하는 쪽의 의견과 찬성하는 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누군가한테 이득이 된다는 건 확실히 길이 보이는 거죠.

    ◇ 정관용> 누구한테 이득이 되는 거예요?

    ◆ 정은정> 당연히 기업들한테 이득이 되죠. 특히 달걀을 가공해서 식품에 넣는 가공식품 기업 쪽에서는 상당히 이익이 되겠죠. 왜냐하면 한 번 길이 열렸기 때문에, 수입산 길이 열렸기 때문에 그다음에도 국내산 농가의 달걀을 쓰기보다는 편안하게 계속 수입산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죠. 보통 농산품이라는 게 다 그렇거든요. 한 번 루트가 뚫리면 그 길은 계속 유지가 될 수밖에 없어요.

    ◇ 정관용> 그걸 일시적으로만 수입 관세를 낮추고 했다가 AI가 진정되면 다시 관세를 매기고.. 이렇게 할 수 없습니까?

    ◆ 정은정> 그 약속만 해 준다면 아마 농가들도 조금은 덜 불안할 텐데. 정부가, '일단은 이번 한번 수입을 한 뒤에 조류독감이 진정이 되고 한국의 달걀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 다시 관세를 매기겠다' 이런 약속을 확실히 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리고 농가 입장에서는 제일 두려운 게 우리나라가 쌀하고 달걀 정도만 100% 자급률이 있어요. 그런데 계란 수입 길이 열렸다는 게 상당히 두려운 거죠. 왜냐하면 지난 4, 50년 동안 뭐가 부족하다 그러면 바로 수입을 채워버렸던 게 보통 농정 당국에서 해 왔던 일들이기 때문에 전혀 신뢰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 정관용> 쌀하고 달걀 두 개만 자급하고 있다.

    ◆ 정은정> 네, 두 개 정도만요.

    ◇ 정관용> 이것도 새로운 사실인데.

    ◆ 정은정>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아주 낮으니까.

    ◇ 정관용> 우리가 왜 항상 쌀 시장만큼은 막아야 한다 막아야 한다는 말을 오래 했는데 달걀 시장 막아야 한다는 말은 이제부터 시작이 되는 거군요.

    ◆ 정은정> 그렇죠. 양계농가 같은 경우에는 불안하신 거죠. 아까 말씀한 것처럼 달걀이 어차피 수입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유지된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걸 국가에서 무리를 해서 소위 말해서 뽁뽁이 포장까지 해서 들여오겠다, 이렇게까지 얘기를 하니까 상당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거죠.

    ◇ 정관용> 결론적으로 달걀을 직접 수입하는 것은 양계농가들한테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 정은정> 그렇죠. 위험한 신호가 되죠.

     



    ◇ 정관용> 농가에서는 지금 달걀값이 뛰고 산란계 농장의 살처분 용량이 워낙 많으니까 병아리를 대량 수입해 오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 입장인 거죠?

    ◆ 정은정> 그렇죠. 그 정도까지는 양보를 하겠다고 하셨고... 또 양계협회, 그러니까 산란계 농장주들이 주로 가입돼 있는 협회가 양계협회인데요. 그 양계협회에서 얼마 전에 성명서를 발표를 했어요. 신선란, 즉 전란 수입은 반대한다. 그런데 주로 달걀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제과업계나 가공식품업계가 당장은 힘드니까 난가공 형태로 들여오는 것까지는 우리가 막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농정 당국은 신선란 자체를 들여오려고 하느냐고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 정관용> 아까 농장주분 말 들어보면 신선란은 들어와 봤자 가격경쟁력이 없는건데. 근데 왜 그걸 들여오려는거죠?

    ◆ 정은정> 일단은 소비자들이 지금 명절을 앞두고 있잖아요. 명절에 보통 한 가정에 적어도 한 판 이상의 달걀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이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고 하는 면이 분명히 있고요.

    ◇ 정관용> 그렇요. 지금 시중가보다 오히려 더 비싼데요.

    ◆ 정은정> 그래서 오늘 농식품부에서 그렇게까지 얘기하더라고요. 현재 달걀 한 알에 소비자가가 270원인데, 조만간 300원이 될 거니까 300원이 되면 수입하는 게 유리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제가 보기엔 한국의 농정을 담당하는 정무부처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거든요, 최대한 어떤 조류독감을 진정시키고 농가 지원대책을 짜야 되는 게 본업인데 지금 달걀값 오를 거니까 미리 수입해 놓겠다, 이런 건 저는 직무유기라고 좀 보죠.

    ◇ 정관용> 명절 대비용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적절치 못하다. 더 나아가서 제과업계들의 달걀가공품 수입. 이것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 양계업계한테는 위협이 된다?

    ◆ 정은정> 그럼요. 왜냐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과나 제빵 혹은 라면, 이런 물품들 달걀의 대형수요처거든요. 그런데 한 번 그렇게 이런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서 수입산 계란, 계란가공품 업체하고 연을 맺고나면 그다음에 다시 국내산 농가하고 연결이 안 되면 국내 농가들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 정관용> 네. 얼마 전에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책 쓰셨고 책에 보면 '대한민국 양계유감'이라는 표현이 있던데 이게 무슨 뜻입니까?

    ◆ 정은정> 김수영 시인이 1960년대에 달걀 양계장을 운영을 해요, 수유리 쪽에서. 그런데 김수영 시인은 달걀을 생산을 해서 그 달걀을 팔아서 온전히 시만 쓰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사료값에다가 관리비에다., 그래서 양계장을 하면 할수록 병아리 키우는 데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양계유감'이라는 하나의 짧은 에세이를 쓰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 제목을 그대로 갖다 쓴건데요. 현재 대한민국의 양계 그리고 고기, 닭을 키우는 이 업계에 굉장히 고통들이 있어요.

    ◇ 정관용> 어떤 겁니까?

    ◆ 정은정> 일단 기본적으로 육계 같은 경우는 이미 기업계열화가 완료가 됐고요. 이미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먹는 닭은 농산물인 것 같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농장주들은 거대한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혹은 하청 관계에 놓여 있는 그런 상황이고요. 달걀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여전히 독립 양계업자들이 운영하고는 있지만 사료라든가, 동물약품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이미 기업 단계에서 생산을 하거든요. 그런데 달걀시장을 계속 기업들이 문을 두드려요, 우리한테 열어달라고. 그래서 오랫동안 양계 생산자들은 이 두 가지를 반대를 했었어요. 첫째는 달걀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생산비 보장에 관련된 거예요. 지금 달걀 생산자들은 뭐가 되게 화가 나냐 하면 지난 한 십 몇 년 동안 저가 상태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더니 달걀 값이 조금 오르니까 이렇게 바로 농식품부가 수입을 통해서 부족 수요량을 채우려고 하는 이런 행위예요. 지금 통화연결하신 농장주 분도 살처분한 닭이 10만 수 정도라고 하시는데 제가 <대한민국 치킨전=""> 책에서 인터뷰한 농장주는 12만 수를 키우셨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조류독감 판정을 받게 돼서 살처분을 하고 나면 타격이 너무나 크죠. 또 조류독감이 진정된다고 해서 바로 닭을 키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 정관용> 그래요?

    ◆ 정은정> 네, 병아리를 몇 마리 정도를 가져다가 개사해서 키워보고 바이러스 검사를 계속해요. 그래서 이 병아리가 멀쩡하다 그러면 그때부터 다시 양계든 육계든 개시를 해요.

    ◇ 정관용> 그러면 얼마나 시간이 걸려요, 그렇게 하면?

    ◆ 정은정> 보통 6개월 정도 걸려요. 그 6개월동안은 일종의 실업상태에 빠지는 거거든요.

    ◇ 정관용> 거기에 대한 보상은 없는 거죠?

    ◆ 정은정> 공식적으로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제가 농가들을 만나보면 워낙 서류도 복잡하고 그리고 원인이 된 농가 그러니까 조류독감의 원인이 된 농가한테는 그런 지원책이 거의 없다시피해요. 그리고 소비자들이 잘 모르시는데 살처분한다는 건 닭만 묻는 게 아니라 사료도 같이 묻어버려야 되거든요.

    ◇ 정관용> 오염이 됐을 수도 있으니까.

    ◆ 정은정> 사료도 사실은 농가 입장에서는 자산이기 때문에 그런 피해가 있고 이번에 다 묻었죠.

    ◇ 정관용> 그 사료도 묻는데 사료에 대한 보상은 없는 거예요?

    ◆ 정은정> 그렇죠.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긴급생계지원비라고 자조금 형태로 돼 있고 그렇게 긴급생계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그 금액이 사실 얼마나 미미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으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 정관용> 대기업들이 달걀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유는 뭡니까?

    ◆ 정은정> 사실은 달걀 자체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개별 소비자들이 먹는 걸로 큰 이윤을 얻는다, 이런 건 아니고요. 가공식품과의 연결성이 아주 좋은 거죠. 지금 시중에 저희가 마트에 가서 식품 라벨을 보게 되면 난황, 난백, 전란, 이런 식으로 해서 달걀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러닊 기업 쪽에서는 가급적이면 이윤을 내기위한 방법으로 이런 원료 자체를 직접 생산하고 싶죠. 사실 이미 이런 시장에 진출해 있다고 봐도 돼요. 그런데 기업들이 시장을 조금 더 크게 열어달라고 계속 요청을 하는 중이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AI가 몇 년에 한 번씩 계속 터지고, 터지면 살처분이라는 대책만 계속 세우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은정> 사실은 저는 사회학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 정관용> 수의학자는 아니시고.

    ◆ 정은정> 수의학은 아니지만 이미 방역당국은 정말 큰 문제예요. 왜냐하면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의 유형이라든가 하는 것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2년 싸이클이 있거든요. 우리나라뿐만 그런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미 사전에 한 11월 가을에 들어서면서부터 양계 농가나 협회 차원에서 방역 문제에 대해서 좀 신경을 써달라 했는데 하고는 있다고 했지만 이번에 거의 대대적인 실패를 한 거죠. 그리고 제가 알아본 결과로는 한국이 참 손쉽게 살처분을 선택하는 나라거든요. 왜냐하면 같은 사례로 이번에 비슷한 유형의 바이러스가 침투한 게 일본인데요. 일본 같은 경우는 사전방역을 통해서..

    ◇ 정관용> 사전방역?

    ◆ 정은정> 그러니까 일종의 예방주사인데요. 이렇게 일본은 사전방역의 체계를 갖춘 거죠. 그런데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공 수의사들이 상당히 부족하단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공공수의체계가 매우 부실합니다. 각 지자체나 혹은 보건소 이런 단계에서 수의사들을 계약을 하는데요. 일명 방역사라고 하죠. 이런 소독을 하시는 분들과 계약을 하는데 그게 비정규직으로 계약을 하거든요. 정부에 조류독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지금 13년간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13년간 계속 주기적으로 조류독감이 반복이 됐으니까요.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대책이 안 세워졌다라는 건, 저는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 정관용> 그러니까 방역체계를 완비하지 못했다. 여실히 계속 드러나는 거고 그걸 완비해 달라.

    ◆ 정은정> 농가에서는 소독약의 성분이라든가 약품의 성분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건 지자체도 사실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까 방역의 문제는 사실 국가 차원의 문제인 건데 그 부분에서 상당히 지자체한테 많이 떠넘기는 구조이기도 하고 지자체는 또 워낙. . .

    ◇ 정관용> 전문가도 없고.

    ◆ 정은정> 전문가도 없고 예산이 상당히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요. 그러다 보니까 그냥 그때그때 살처분같은 수준의 대책밖에 못 세우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이제 이미 AI는 한국에 토착화되어 버렸다. 그러니 우리도 중국이나 이런 데처럼 백신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혹시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 있으세요?

    ◆ 정은정> 사실 저는 살처분보다는 그렇게 백신을 이용하는 방식들이 훨씬 더 낫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예측은 합니다. 다만 이런 사안들이 터졌을 때 수의학을 하는 전문자들과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농가들 , 시민단체들과의 공공토론테이블이 마련돼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이렇게 큰 사태를 맞이했는데 앞으로 또 반복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그런 제언들은 좀 하고 싶어요.

    ◇ 정관용> 하기는 전문가들도 견해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수의학하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이제 우리는 백신을 쓰는 게 훨씬 비용도 적게 들고 좋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고 한쪽에서는 백신을 믿을 수 없다, 백신도 계속 개발해야 되고 변화시켜야 되기 때문에 뒷북치는 거밖에 안 된다.라고도 주장하고요. 저는 어느 쪽이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 정은정> 저도 잘 모르겠고요. AI 청정국 지위 유지에 백신문제가 많이 걸리나 봐요. 그래서 일단 그런 다양한 의견들이 있으니까 좀 공개토론회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있으면 국민들도 훨씬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농가들도 선택들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쉬워요.

    ◇ 정관용>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아까 말씀하신 방역체계 완비. 13년 동안 요구해 온 거 이걸 좀 해내면 사실 살처분이냐 백신이냐 고민 안 해도 되잖아요.

    ◆ 정은정> 그렇죠. 그리고 이번에 같은 유형의 조류독감이 터졌어도 일본 같은 경우에는 90만 마리 수준에서 살처분을 했거든요. 일본이 훨씬 더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이고 인구도 많은데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하는 건 좀 교훈 삼아서 배울 필요가 분명히 있죠.

    ◇ 정관용> 그리고 지금 양계 농가들을 생각하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 정은정> 그렇죠. 사실은 이번에 가장 큰 피해자는 엄연히 양계 농가거든요. 실제로 기업이라든가, 소비자들은 조금 버틸 수 있잖아요. 사실 저도 아이 키우는 엄마다 보니까 달걀이 얼마나 중요한 반찬인지는 저도 잘 알기는 합니다마는 사실은 조금 더 시장 적응을 해 줄 필요가 분명히 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도움 말씀 듣겠습니다.

    ◆ 정은정> 감사합니다.

    ◇ 정관용> 농업사회학자 정은정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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