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등의 가벼운 술자리가 이어져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식사와 더불어 안주와 술을 거나하게 마셨는데도 끊임 없이 안주와 음식에 손이 가는 이유가 밝혀졌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영국 런던에 위치한 프란시스 크릭 연구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킹스칼리지런던 등이 참가한 연구진이 10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는 실제 허기 때문이 아니라 알콜이 허기를 유발하는 뇌세포를 활성화 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된 설치류 아구티(Agouti) 실험군에 사람이 섭취하는 와인 2병 분량 수준의 알콜을 3일간 매일 주사 했다. 실험결과 술을 마시지 않은 대조군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다. 특히 2일째부터는 숙취현상이 나타났다.
실험군은 먹는 행동을 조절하는 뒤뇌 시상하부 신경세포인 'AgRP 뉴런'이 활성화 됐다. 이 뉴런의 활성화를 강제로 억제할 경우에는 알콜을 섭취해도 음식을 섭취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사람의 신경세포를 억제할 경우 음식을 찾는 행동이 줄어드는 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람도 동일한 'AgRP 뉴런'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사라 케언즈 연구원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Agrp 뉴런이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활성화 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알콜과 음식 사이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한 연구팀이 정상 체중의 금연·비채식주의 여성 35명을 선정해 한 그룹에는 일정한 알콜을 주사하고, 다른 대조군에는 그룹에는 알리지 않은채 식염수(위약)를 주사해 음식에 반응하는 뇌의 상태를 연구했다.
실험군의 뇌를 MRI로 스캔한 결과 알콜을 주사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음식 냄새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알콜 섭취시 느끼는 술의 맛이나 향이 아닌 소화기 흡수 과정을 거치며 알콜이 뇌세포와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발생하는 반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술을 마신 뒤 음식물을 찾는 행동을 '아페리티프 효과(aperitif effect)'라고 한다. 아페리티프는 '식욕증진제'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영어의 에피타이저에 해당한다. 본격 식사를 하기 전에 마시는 반주(飯酒)가 식욕을 돋운다는 설을 증명한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윌리암 JA 에일러 박사는 "대부분의 알콜 음료에는 이미 높은 칼로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식사 등의 음식물과 함께 과음을 하면 에너지 불균형과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음식을 섭취할 때 뇌가 포만감을 인지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과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연구는 포만감과 상관없이 식탐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콜이라는 것이 밝혀져 새로운 관점을 찾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