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부 개혁 움직임에 나선 일선 판사들의 학술연구회를 압박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법원 전문분야연구모임 가운데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지난달 전국 법관 3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시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가 발단이 됐다.
설문조사에는 약 500명이 익명 방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사법부의 관료화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번 설문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법원행정처는 내부망 코트넷에 '중복 가입한 연구회 가운데 1곳만 선택하라'는 공지를 했다.
예산 지원에 대한 감사 지적 등이 우려된다며 예규상 금지된 연구회의 중복 가입을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인데,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견제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온 것이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의견 수렴을 더 하겠다며 유보 입장을 밝혔지만, 연구회 소속 A 판사가 최근 정기인사로 행정처 심의관이 됐는데도 원래 소속 법원으로 복귀된 것을 두고도 뒷말을 낳았다.
임 차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 측이 오는 25일로 예정된 연구회 설문조사 결과 발표 행사를 축소하도록 A판사에게 지시했는데, 이에 항의하며 반발하자 인사조처 했다는 의심을 사면서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임 차장이 A 판사에게 연락해 연구회 활동과 관련한 지시를 한 적 자체가 없다"며 "A 판사는 부임 전 겸직이 해제됐다"고 해명했다.
전문분야연구회 중복 가입에 대한 공지에 대해서도 대법원 측은 "각 연구회에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예규상 금지된 것"이라며 "과거에도 같은 취지의 안내를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