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이자 자율주행 기술 업체인 테슬라가 오는 15일 경기도에 위치한 스타필드하남 쇼룸(Show Room) 매장과 17일 서울 청담동 본점 매장을 잇따라 개장하고 한국 자동차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 시장의 테슬라 스토어 오픈 소식을 알려 드린다"며 "15일 경기도 하남의 '스타필드하남'에, 17일 서울 청담동에 테슬라 스토어를 개점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코리아는 먼저 국내 출시 모델인 중형 스포츠세단 모델S 90D를 전시한다. 기본사양 구매 가격은 1억2100만원부터 시작하고 자동주행에 필요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인 오토파일럿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구매자 인도는 6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담 매장 2층에는 '테슬라 디자인 스토어'가 들어선다. 소비자가 직접 디지털 시스템을 이용해 차량의 사양과 옵션, 컬러 등 인테리어를 결정하면 최종 디자인된 실제 제품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테슬라의 장점…럭셔리·성능·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력2011년 첫 출시된 모델S 90D는 꾸준한 성능 개량을 거쳐 1회 충전 거리가 378㎞(환경부 기준)에 달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 거리인 473㎞보다 95㎞이나 짧아졌지만 국내 주행 환경이 다른 점과 현대차 아이오닉(191㎞), 기아차 쏘울(148㎞)의 두 배에 달하는 거리를 감안하면 경쟁력은 뛰어난 편이다.
고성능 배터리와 차체에 고강도 알루미늄 소재가 90%, 최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사용했고, 최고시속 250㎞, 제로백은 4.4초로 웬만한 럭셔리 스포츠카 못지 않다. 자동주행을 위한 하드웨어 시스템에는 최대 가시거리 250m의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가 8대, 울트라소나와 레이더(LiDAR) 센서 12개가 탑재되어 있어 완벽에 가까운 안전주행 기술을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범위까지 실시간·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보다 4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엔비디아의 GPU '타이탄(Titan)' 컴퓨터를 탑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존하는 자동차 중에서 가장 앞서 있다. 테슬라 자동주행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Auto Pilot)'은 옵션으로 반자동 주행 모드가 5천달러(약 570만원),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모드가 8천달러(약 900만원)에 공급된다. 지역별 규제·승인에 따라 지원하지 않는 모드, 기능의 차이는 있지만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구매 고객에게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철저한 사후관리 능력도 보여준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오토파일럿이 없으면 '비싼 고급 전기차'에 불과해 제대로 된 첨단 기술 성능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오토파일럿 선택이 필수적이다. 국내 적용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가 아직 정비되지 않아 반자동 주행 모드 수준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추가금액을 지불하고 자율주행 모드 옵션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가 공개한 자율주행 모드 소개 영상에 등장한 모델X는 일반 공공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사물·도로·신호등·도로표지·속도 등 주행 환경을 완벽하게 인식했다.
8천달러 짜리 자율주행 모드가 적용된 이 차는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와 오토파일럿을 이용한 목적지, 주행속도, 차량의 흐름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자유자재로 차선을 넘나들며 일반 운전자처럼 능숙하게 주행했다. 운전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오토파일럿이 운전하는 운전대 주변에 손을 가져다 댈 뿐 차량 운전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운전자는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고 모델X 차량은 스스로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중간에 사람이 지나가자 멈춰서기도 했고 주차공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한 뒤 차량과 차량 사이에 주차를 한다.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었다. 현재 이 자율주행 모드는 '그림자 모드(Shadow Mode)'로 오토파일럿 사용자에게 직접 노출되지 않는 형태로 제공돼 주행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며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적용 시점을 앞당기고 싶어하지만 실제 이 자율주행 모드 판매는 202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슈퍼차저
◇ 테슬라 車 구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격'…하지만 흥행 예고한국에 출시되는 모델S의 가격은 1억2100만원부터 시작해 풀옵션 가격은 1억6100만원이다. 웬만한 최고급 외제차와 맞먹는 가격이다.
물론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최대 1400만원, 지자체별로 최대 120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고, 약 400만원의 세제혜택(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감면)이 더해진다. 가정용 완속 충전기도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3000만원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선착순이지만 국내 보급량을 수준을 보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델S는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차량 가격을 대부분 고스란히 내야 한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완속충전기(7㎾h) 기준으로 10시간 안에 완전 충전을 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모델S는 배터리 용량이 90㎾h로 크기 때문에 완속충전기로 완전 충전까지 14시간 이상 걸린다. 40분이면 완전 충전 되는 테슬라의 급속충전 스테이션 '슈퍼 차저'는 기준 대상이 아니다.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국내 판매 가격은 9천만원 까지 떨어지지만 세제혜택이나 지원 혜택은 전혀 없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이때문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테슬라는 구매 고객에게 가정형 완속 충전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급속 충전 스테이션 '슈퍼 차저'는 비용 증가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신세계 매장 등을 통한 국내 '슈퍼 차저' 스테이션 설치 계획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구매자 대부분은 한동안 일반적인 완속 충전기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요금은 확실하게 저렴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까지 월 기본료를 50%로 감면해주고 누진제 면제, 심야 충전시 요금 추가 할인 등의 혜택을 지원한다. 가정용 완속충전기(7kWh급)를 사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kWh 당 57.6~232.5원으로 모델S는 약 5184~2만925원을 들여 최대 378㎞를 주행할 수 있다. 월 기본료 50% 감면은 유지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부품비용 역시 '제로'에 가깝다. 테슬라는 주행거리에 상관없이 배터리 문제, 모터 등 핵심 부품에 문제가 생겨도 8년간 무한 품질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 주요 부품과 오일교환, 엔진부품이나 미션 등의 교체 등 기계부품에 드는 유지비용이 수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테슬라의 전기차 엔진룸에는 워셔액 투입구만 있다. 트렁크 하단부에는 모터와 컨버터가 위치해있고 차체 밑면은 리튬이온 전지로 구성된 배터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자동차의 복잡한 내연기관이 아예 없는 셈이어서 타이어를 빼면 부품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테슬라는 '슈퍼 차저'에 대해서도 특허를 해제해 서드파티 업체들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놔 유료전환과 함께 충전 스테이션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테슬라 보급형 전기차 모델3
다만 높은 가격과 부족한 충전 스테이션, 아직 대중화 되지 않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저항선'을 뚫고 테슬라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때문에 '차별화·럭셔리·얼리어답터' 기준에 충족하는 신흥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판매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기차 기술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인정을 받은 테슬라 전기차는 마케팅을 지불 여력이 있는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온 만큼 국내에서도 명품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이들에게 인지도를 확산시킨 다음 모델3와 같은 보급형 전기차로 대중적인 시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말부터 생산될 것으로 알려진 보급형 '모델3'의 경우 성능은 모델S 못지 않으면서 3만5000달러(약 4천만원)의 파격적인 가격부터 시작한다. 환경부 전기차 지원 대상에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가격은 국내 2~3천만원대 중형·준중형 세단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명인들도 이미 모델3 구매 예약에 일찌감치 참여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어 관련 업계는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당분간 '찻잔 속 태풍'에 그치겠지만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과 국내 소비자의 소비 성향, ICT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감안하면 '허리케인'으로 격상되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