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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수남 검찰총장은 FBI 코미 국장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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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김수남 검찰총장은 FBI 코미 국장을 보라

    김수남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살아있는 권력의 최고봉은 대통령이다. 정권 출범 초기라면 대통령의 힘은 더욱 막강하다.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취임 두 달 밖에 안 된 '기세 등등'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진검을 겨누고 나선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제임스 코미 美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미국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방침을 밝혀 결과적으로 트럼프 승리의 1등 공신이 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틀 전 하원 청문회에서 밝힌 그의 폭탄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가 제기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도청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반면, 트럼프가 부인했던 러시아와의 내통설에 대해서는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핵심 측근들의 줄줄이 소환이 예고되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정권이 출범 두 달 만에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

    법과 원칙 앞에 떳떳한 코미 국장의 굳건한 소신을 확인할 수 있다. 살아있는 권력, 대통령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시선을 우리 쪽으로 돌려보자.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에 코미 국장이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운명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손에 달려 있다.

    관심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과연 코미 국장과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인 지 여부다.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지나친 예우와 특혜에 의심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이던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던 모습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다. 그것도 중대 범죄 피의자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자연인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눈에 비친 일련의 검찰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권력을 대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청와대와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더니 소환조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정문 통과를 허용하고, 침대가 비치된 특별 휴게실을 만들었으며, '대통령님'으로 호칭하고, 박 전 대통령의 빠른 귀가를 위해 출근시간 올림픽대로를 통제하기까지 했다.

    압권은 피의자 신문조사에서 영상 녹화를 알아서 생략한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피의자에게 "영상 녹화 하겠습니다"라고 고지한 뒤 녹화를 하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는 "영상녹화를 해도 됩니까?"라고 사전에 동의를 구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은 모든 피의자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물어야 할 판이 됐다.

    물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실질적인 진술을 이끌어 내기 위한 판단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때 검찰 수뇌부가 영상녹화 화면을 지켜보며 대응했던 것과 비교하면 봐주기 수사, 밀실 수사라는 오해를 피할 수는 없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간이 21시간 30분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16시간 37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12시간 40분보다 길었다고 하지만, 21시간 30분은 사실 검찰청사에 머문 시간일 뿐이다.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 7시간과 식사, 휴식 시간 등을 제외하면 검찰에 출두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극진한 예우를 받은 셈이다.

    그런가 하면 검찰 조사에 임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일국의 최고 통수권을 가졌던 지도자다운 의연함을 찾아 볼 수가 없다.

    13가지 혐의에 대한 일관된 부인(否認)이야 예상했던 바이지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무려 7시간동안 꼼꼼하게 열람하고 수정을 요구했다니 한마디로 어이상실이다.

    구속을 피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겠지만 말이다.

    7시간 동안 밤을 새워가며 신문조서를 검토했다는 사실을 접하며 '세월호 7시간'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22일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시험인양이 1072일 만에 개시된 날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어린 학생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7시간 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그리고 이제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7시간 동안 신문조서를 검토했다고 하니 슬플 뿐이다.

    일각에서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사실에 주목한다. 오죽하면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소감을 밝혔을까.

    국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손 변호사의 메시지는 어쩌면 결과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검찰로 하여금 엄격한 사법처리를 결정할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김수남 검찰총장이 결정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른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장미 대선'에 따른 정치적 고려를 할 이유도 없다.

    검찰과 특검 수사로 공범들도 모두 구속돼 있는 상황이다. 피의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가 원칙에 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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