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상처투성이 선체가 가족들 마음
- 세월호 2기 특조위 출범 필요
- 차기 대통령, 삶의 궤적보고 뽑아야
- 정치에 관심갖는 일도 종교인 도리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우일 주교 (제주교구장)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초대손님을 모셔보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던 종교지도자가 있습니다. 1974년 사제가 된 뒤에 김수환 추기경의 보좌역을 했었고요. 지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방한 준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때 환경미화 차원에서 세월호 농성장 철거하려고 했던 거 여러분 기억하시죠. 그런데 이분이 그걸 끝까지 막았고 결국 교황이 세월호 가족들을 직접 만나는 그 감동스러운 장면이 온 세계에 중계됐던 겁니다. 강우일 주교. 강우일 주교가 ‘희망의 길을 걷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간절한 이때, 강 주교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 직접 들어보죠. 강우일 주교님, 안녕하세요.
◆ 강우일>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우리 참 절망적인 겨울 보냈잖아요, 주교님.
◆ 강우일> (웃음) 네.
◇ 김현정> 아직도 우울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주교님은 희망을 노래하셨네요?
◆ 강우일> 네, 절망적일수록 희망을 내다봐야죠.
강우일 주교의 새 책 '희망의 길을 걷다'
◇ 김현정> 그럼 지금 희망이 가장 간절하게 필요한 곳은 어디입니까?
◆ 강우일> 아마 가장 가슴 졸이면서 지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이야말로 정말 희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사실은 말이죠. 며칠 전에 녹슬고 부서진 세월호 선체가 3년 만에 물로 올라올 때. 주교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 장면 보면서는?
◆ 강우일> 정말 그렇게 아주 상처투성이가 된 세월호 모습을 보면서 바로 그것이 유가족들, 또 미수습자 가족들의 가슴을 그대로 이렇게 표현해 주는 이미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유가족 분들 또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 전에 그 충격과 비탄의 시간에서 조금도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거기에 정지되어 계셨던 것이 아닌가… 누구나 가족, 혈육이 그런 사고를 당하면 그 상태에서 그냥 머물고 말거든요. 그래서 그런 상태로 3년을 지내오셨으니까 얼마나 속이 정말 갈기갈기 참 찢어졌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결국은 하나도 의심이 남지 않게 정말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길만이 이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는데 어떠십니까?
◆ 강우일> 네, 정부에서 하여튼 특조위 조사를 적극적으로 이렇게 추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저지하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의 움직임들이 있었고. 또 특조위의 위원장께서도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그런 말씀을 하신 것도 제가 기억이 나고요.
◇ 김현정> 맞습니다.
◆ 강우일> (특조위 활동 마무리 할 때도) 그때 조사기간을 연장해야 된다 하는 여론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문을 닫게 한 것, 이건 참 국민들로부터 이해받기 힘든 처사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이라도 다시 2기 특조위를 꾸려야 된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강우일>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는 특조위의 재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진상이) 낱낱이 다 밝혀지도록 새로운 특조위가 구성이 돼야 된다고 봅니다.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
◇ 김현정> 천주교 강우일 주교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세월호 때문에 온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져 지냈고 거기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지난 가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했죠. 바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혹시 그 촛불집회는 가보셨어요, 주교님?
◆ 강우일> 네, 저는 여기 제주에 있었기 때문에 가지는 못했습니다마는 마음으로 항상 동참했습니다.
◇ 김현정> 화면으로 촛불집회 보면서는 어떤 생각드시던가요?
◆ 강우일> 정말 참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달 동안 수도 없이 모이면서 오로지 이 나라의 불의를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세우겠다는 그런 의지 하나로 이렇게 버텨주신 것 참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이 되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강우일> 또 끝까지 비폭력으로 이렇게 완주해 주셨다 하는 것이 제일 참 감사한 일이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하는. 새로운 시대의 장을 여는 그런 때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저도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결국 탄핵이 됐고 잠시 후면 피의자 신분으로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법원에 나옵니다. 현직 대통령 최초 탄핵. 그리고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지금 수의 입고 수감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 보는 마음이 어떠세요, 주교님.
◆ 강우일> 개인적으로야 정말 참, 인간적으로야 안됐죠.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여정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이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에서 이제는 대통령이 혼자서 이렇게 모든 것을 결정하고 끌어가는 그런 어떤 제왕적인 통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관행적인 사고, 그것은 이제 막을 내렸다 하는 그런 생각이 들고.
또 그런 차원에서 정경유착이라고 하나요. 최고 지도자의 그러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그런 권력남용이 더 이상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체제 안에서는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을 이제 국민들도 이해를 하고 또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큰 시대의 그 변천기를 맞이했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 김현정> 정경유착이 통하고 권력자의 권력남용이 통하고 이런 시대는 끝났다. 그 종언을 우리가 본 거군요, 이번 겨울에. 이제 40여 일 후면 우리 대통령 뽑아야 됩니다. 새 대통령. 마음의 준비하셨어요, 주교님? (웃음) 결정하셨어요?
◆ 강우일> 뭐...(웃음) 결정해야 되겠죠.
◇ 김현정> 해야 되겠죠. (웃음) 누구 뽑을지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그건. 하여튼 분명한 건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잘 뽑아야 되잖아요. 이번에는.
◆ 강우일> 그렇죠.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뽑아야 되나요, 어떤 기준으로?
◆ 강우일>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아주 뚜렷한 어떤 분별력을 가지고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살펴봐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 분, 한 분이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나. 어떻게 처신해 오셨나.
◇ 김현정> 어떤 상황에 어떻게 처신했던가, 그 사람이.
◆ 강우일> 네, 어떻게 결단하셨던가. 그냥 뭐라고 그럴까. 어떤 시기에 따라서 임기응변으로 변신을 했다든지 정치공학적인 어떤 술수에 능했다든지. 그런 분을 좀 우리는 이번에는 제외하고 정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옳고 그름의 가치관을 분명히 갖고 있고 그 가치관을 행사해 오신 그것이 삶의 궤적에서 드러난 분. 그런 분을 뽑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삶의 궤적을 보고 뽑아라.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그분들. 지금 후보가 여럿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 강우일> 너무 이렇게 다음 정부를 차지하겠다 하는 어떤 정권욕, 집권욕, 이런 데 매몰되어 계시지 말고 또는 그 주변에 돕는 분들, 참모분들의 어떤 그 소위 작전상의 조언만 듣지 마시고 좀 더 큰 틀에서 우리 국민을 위해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될 방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잘 식별해서 이렇게 정책을 세워주시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저는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측근들의 작전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아라. 이 말씀 참 좋은 말이네요. 일단 어떻게든지 권력 획득해야 되니까 우리 이러이러 이렇게 작전 짜서 하죠, 이런 말에 휘둘리지 말아라. 이거 중요한 말씀이네요. 국민들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게 분명히 통할 거라는 말씀. 그래요, 그래요. 그런데 후보자들 하나하나의 족적을 따라가라 하셨는데 사회가 너무 혼란스럽다 보니까 나 하나 살기도 힘들다 보니까 나 뉴스 안 봐, 하고 아예 관심 끊은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분들에게는 뭐 어떻게 조언하시겠어요?
◆ 강우일> 제발 그러지 마시고.
◇ 김현정> 제발 그러지 마시고?
◆ 강우일> 네, 우리나라의 지금 굉장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는 상황이니까 주변분들하고 좀 이렇게 때로는 열을 올리시더라도 토론도 하시고 그러면서 되도록 많은 정보를 이렇게 입수하시고서 판단을 내리시도록 하는 그런 공동 작업을 좀 주변분들과 이렇게 많이 하시면 좋지 않을까. 어르신들은 좀 젊은이들 의견 좀 들으시고. 또 젊은이들은 또 어르신들의 의견도 좀 들어드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서로가 도우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좋은 말씀이에요. 관심을 끄면 끌수록 더 관심 꺼야 되는 암울한 상황으로 가는 거잖아요.
◆ 강우일> 맞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강우일 주교
◇ 김현정> 그러네요. 반면에 주교님분 같은 분들에게는 이런 얘기도 나와요. 아니, 성직자가 웬 사회 참여냐. 성직자, 종교인이면 종교인답게 종교에만 집중해라, 이런 얘기 들으시죠?
◆ 강우일> 네, 많이들 하죠.
◇ 김현정> 뭐라고 답하세요?
◆ 강우일> 종교인은 종교인이지만 종교인이기 전에 국민이고 시민이거든요.
◇ 김현정> 물론이죠.
◆ 강우일> 그러니까 어떤 분들은 물론 (수도원에서) 봉쇄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희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마을 속에 백성들 속에, 시민 속에 함께.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것을 도와드리는 것이 종교인의 의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그거야말로 정말 종교인의 도리를 안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그 순간에 밖에서 문자가 하나 들어왔는데요. 잠시 후면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 나와서 법원에 갑니다. 영장실질심사 받으러 갑니다. 아직까지도 죄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고 사과도 국민들께 하지 않은 상황.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 조언을 하신다면 무슨 말씀 건네고 싶으세요?
◆ 강우일> 좀 국민들을 생각하셔서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면… 그리고 정말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자신이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에게 어떤 폐를 끼치고 아픔을 드렸다면 거기에 용서를 청하시는 게, 저는 당신이 여러 가지로 고통에서 해방되실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내려놓으시라. 그래야 고통에서 해방받는 길이 될 거다. 그래요. 오늘 여기까지 일단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 강우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사회를 더 밝히는 희망을 찾는 작업에 더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강우일>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사회적인 약자를 보듬고 인권 가치를 수호하는 데 힘써온 분이죠. 천주교 강우일 주교였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