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이 미래의 커뮤니티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믿는다. 3차원(3D) 효과, 정확한 위치 파악, 얼굴 탐지 및 제 3자 서비스에서 자료를 가져오는데 사용되는 API 등이 미래 AR의 주요 기능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18일과 19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대회 'F8'에서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을 공개하며 페이스북이 증강현실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카메라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 카메라, 페이스북 증강현실 플랫폼으로 간다첫 기조 연설자로 나선 그는 지난 3월 공개된 페이스북 카메라 효과를 통해 사진 꾸미기부터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마스크 효과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며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페이스북의 AR 생태계에 들어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메라 효과 플랫폼은 프레임 스튜디오(Frames Studio)와 AR 스튜디오(AR Studio) 두 가지로 구성된다. 프레임 스튜디오는 페이스북 카메라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 적용 가능한 프레임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온라인 크리에이티브 편집기로 현재 사용이 가능하다. 베타 신청을 접수 중인 AR 스튜디오는 증강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움직임, 주변 환경, 실시간 방송 도중의 상호작용 등에 반응하는 마스크, 스크립트, 애니메이션 등의 효과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움직임과 주변환경의 변화 등을 계산해 실시간 영상에서도 얼굴에 다양한 마스크를 씌우거나 사진 테두리를 장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스노우(SNOW)' 앱과 흡사한 기능을 실시간 영상에 적용하는 원리다. 식당 간판에 카메라를 대면 메뉴와 가격은 물론 지인들의 평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개했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AR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는 "AR 콘텐츠와 서비스가 급속도로 진화할 것이라며 친구와 체스게임을 하기 위해 직접 만나는 대신 AR 안경을 쓰면 가상의 체스판이 등장하고, 그림을 감상하고 싶을때 벽을 쳐다보면 실제 피카소 그림이 있는 것처럼 가상의 이미지가 구현된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TV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AR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저커버그 "하룻밤 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AR 플랫폼이 대중화 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원하는 AR 글라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5~7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데도 AR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AR 글라스보다 먼저 'AR 기반 카메라 효과'의 현실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테이블을 비추면 다른 이용자가 남겨놓은 가상의 메모와 식당 평을 볼 수 있고, 관광지의 경우 방문객들이 남겨놓은 가상 메시지도 볼 수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지금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사람들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레코드는 "가상 현실(VR) 시장은 게임 등 일부 콘텐츠에 의존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지만 AR은 이메일을 읽고 보내는 것에서부터 자동차나 우주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잠재 시장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 인공지능 비서·VR 플랫폼도 공개이날 페이스북은 인공지능과 VR의 미래도 제시했다.
페이스북 메신저 AI 비서인 챗봇 'M'을 탑재한 '2.0'버전을 공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 시리, 아마존 에코 등이 음성비서인데 반해 M은 메신저 채팅을 통해 사용자 간 대화를 분석해 적합한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메신저에서 대화를 나누며 피자를 먹을지, 중국음식을 먹을지 고민할 때, M이 배달 기능을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그룹 배달은 물론 결제까지 메신저 상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현재 메신저의 월간사용자수는 약 12억 명이며, 10만 명의 개발자, 10만 개의 챗봇으로 구성돼있다. 사용자들은 매달 약 20억 건의 메시지들을 주고 받고 있다.
오큘러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통해 VR 이용자들이 영상통화로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거나 VR 영상을 같이 즐길 수 있는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s) 베타버전도 공개했다.
페이스북 스페이스에서는 친구나 가족 지인들이 오큘러스 HMD를 통해 우주나 바다, 극장 등 다양한 가상의 공간과 아바타를 설정해 함께 페이스북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가상 마커(virtual marker)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거나 메신저 영상 통화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간편하게 통화할 수 있고, 마치 셀카봉을 사용하듯 스스로의 가상현실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고 페이스북에도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또, 전 세계 1억 4천만 장소에 관련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플레이스 그래프(Places Graph)와 구글 애널리틱스와 흡사한 '페이스북 애널리틱스(Analytics)'도 공개했다.
플레이스 그래프는 레스토랑부터 공원, 상점까지 다양한 공간의 장소 이름과 주소, 사진, 소비자 평가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애널리틱스는 고객과 관련된 풍부한 인구 통계학적 자료를 살펴볼 수 있고,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고객의 행동을 측정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되는 도구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자동화 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 도구는 발전된 머신 러닝 및 인공 지능 기능을 활용해 고유 애플리케이션, 웹사이트 등 비즈니스가 고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채널 전반에서의 고객 경험을 파악하고 최적화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 커넥티비티·증상/증강현실·빌딩8 공개한편 둘째날 기조연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 마이크 슈로퍼(Mike Schroepfer)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밀리미터웨이브(MMW) 기술을 이용해 13km 떨어진 지점에 초당 36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 ▲광회선 분배 기술을 사용해 13km 떨어진 지점에 초당 80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 ▲밀리미터웨이브 기술을 이용해 지상으로부터 7km 떨어진 곳에서 비행 중인 세스나(Cessna) 경비행기에 초당 16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재해 등 응급 상황으로 인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진 곳에 즉각 파견돼 무선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소형 헬리콥터 테더테나(Tether-tenna)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신념 아래, 모바일 상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구동하는 프레임워크 ‘카페2(Caffe2)’를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아마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퀄컴 등의 기업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공개된 서라운드 360 카메라(Surround 360 Camera)를 높은 몰입도와 우수한 퀄리티의 가상현실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툴도 공개했다.
오큘러스 VR 선임 연구자 마이클 어브래쉬는 가상 컴퓨팅(virtual computing)을 떠오르는 기술로 지목하면서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명한 안경 형태의 기기로 가상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투영해 주는 이른바 ‘시스루(see-through)’ 증강현실 기술의 발달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혁신적인 제품 개발팀인 빌딩8은 뇌를 이용해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현재 목표는 스마트폰에 손가락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분당 100 단어의 속도로 문자 입력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 중 몇 장만을 골라 공유하는 과정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되며, 대량 생산 가능한 편리한 웨어러블 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F8은 또 사람들에게 피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