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윤석열 검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57·연수원 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하면서 검찰에 대규모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사장급으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고검장급도 한 자리 줄게 됐다.
당초 검찰총장 후보군과 고검장 승진 인사 대상이었던 연수원 17~20기, 검사장 인사 대상으로 꼽히는 22~23기 가운데 '누가 살아남느냐'가 관심 대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직 검사장급은 검찰 적폐의 책임을 지고 나가라는 메시지인지, 아니면 일부 고위급들에 대한 인사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검찰 수뇌부들의 감찰에 이어, 검찰개혁의 신호탄일 뿐 아니라 향후 인사를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윤 신임 지검장이 검사장 임명을 거치지 않고 평검사 신분에서 지검장에 파격 임명됐다는 점은 조직에 충격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윤 신임 지검장은 연수원 23기지만 국정농단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윗선과 마찰을 빚고 박근혜 정권에서 검사장을 달지 못하고 지역 고검에 잔류했었다.
이런 가운데 윤 신임 지검장이 당연직으로 검사장직을 달게 됐을 뿐 아니라,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총장과 함께 '빅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직을 꿰차게 된 것이다.
결국 윤 신임 지검장 동기들의 검사장 대거 발탁과 함께 윗 기수 검사장급과 유력 후보군들의 줄사퇴 등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조직 특성상 윗 기수나 동기가 주요 보직을 꿰찰경우 조직을 떠나는 것이 관례라는 점에서 전례없는 기수 연소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만 해도 노승권 1차장검사는 윤 지검장보다 두 기수 위, 공안수사를 책임지는 이정회 2차장검사와 특수수수사 담당 이동열 3차장검사가 각각 동기와 한 기수 선배다.
이들은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검찰의 별로 여겨지는 차기 검사장에 오르는 것이 기정사실화 돼 있는데, 상사의 파격 임명으로 이동이나 승진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권 때 소위 '우병우 라인'이라고 불리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주요 보직 인사들의 퇴진도 예상된다.
왼쪽부터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자료사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른바 '돈봉투 만찬'에 휘말려 감찰 대상에 오르며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안 국장처럼 '우병우 라인'의 핵심이라는 세간 평가를 받는 이들에 대한 인사 폭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른바 돈봉투 사건 책임을 지고 장관 대행을 해오던 이창재 법무부 차관까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하루만에 이 차관의 사의 표명까지 이어지면서 사상 초유 검찰 수뇌부 공백 사태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