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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문회 눈물' 김혜숙 이대총장 "다시 기본으로"

사회 일반

    [인터뷰] '청문회 눈물' 김혜숙 이대총장 "다시 기본으로"

    - 정유라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길
    - 힘들지 않을 땐 없어, 좌절 말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혜숙(이화여대 신임총장)

    이화여대의 새 총장이 선출됐습니다. 저희가 대학의 총장이 선출됐다고 해서 인터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죠. 하지만 이화여대는 사실상 국정농단을 세상에 알리는 시발점이 된 곳입니다. 학생들이 대학 프라임 사업에 대해 대대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쳤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최순실의 입김이 들어갔던 거고요. 정유라 특혜 비리 의혹으로 이어졌던 것 기억을 하실 겁니다. 그런 이대에서 새 총장이 선출된 건데요. 바로 점거농성 때 경찰에 끌려 나가는 학생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그 교수님. 교수시위를 주도하고 또 정유라 청문회에서 부정입학 문제점을 파헤쳤던 그 교수님, 그분이 된 겁니다. 이화여대 새로운 총장 김혜숙 교수 직접 만나보죠. 김혜숙 총장님,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신임 총장 김혜숙 철학과 교수 (사진=이화여자대학교 제공)

     

    ◆ 김혜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김혜숙>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예상을 좀 하셨어요?

    ◆ 김혜숙> 글쎄요. 1차 투표 때 뭐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제가 표 분석을 좀 해 보니까 이게 첫 직선제 선거였습니다. 교수, 학생, 직원, 동문까지 참여하는 그런 선거였죠?

    ◇ 김현정> 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선거였습니다.

    ◇ 김현정> 모두가 참여하는. 57.3%를 득표하셨는데 특히 그중에 학생들 표를 좀 보니까요. 9835명 중에 9384명 즉 95.4%. 몰표 지지를 받으셨더라고요.

    ◆ 김혜숙> 네네.

    ◇ 김현정> 감격스러우실 것 같아요.

    ◆ 김혜숙> 감격보다도 제가 굉장히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생들이 그렇게 몰표를 준 뜻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작년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지금 학교의 명예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요. 그로 인해서 학생들 자존심도 엄청 타격을 받은 거고 또 여럿 학생들 중에 아직까지도 힘든 상황 안에 있고 하여튼 그런 상황 안에서 제가 해야 될 일도 많고 지금 이런 상황이고요. 그러니까 어깨도 무거운 거죠.



    ◇ 김현정> 그 기쁨도 기쁨이지만 부담감이 지금 더 크신 것 같아요, 말씀 들어보니까.

    ◆ 김혜숙> 네, 그렇게 기쁘다는 그런 것보다는 아직은 잘 모르겠고요. 아직 통상적인 상황도 아니고 이게 뭐 작년 여름부터지만 쉼 없이 그냥 계속 이런 방식으로 사건이 손을 쓰고 할 여지도 없이 전개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던 이화여대 김혜숙 교수

     

    ◇ 김현정> 청문회 얘기를 좀 해 보죠.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 눈물 흘리는 그 장면이 세상에 전파를 타면서 많은 분들이 김혜숙 교수, 김혜숙 총장을 더 기억하게 된 건데. 그때 왜 그렇게 울컥하셨습니까, 청문회에서?

    ◆ 김혜숙> 당시 아직도 애들이. 그때 당시 상당히 힘든 애들이 좀 있었고요. 그러면서 아마 제가 저거 때문에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애들이 있고. 그리고 그 비디오를 또 교수, 학생 간담회 때 한번 틀어준 비명소리 듣고 이러면서 그 경험이 있어 가지고 아마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경찰에 의해서 학내에 진입한 경찰에 의해서 질질질 끌려 나가는 그 학생들 보니까.

    ◆ 김혜숙> 네, 그때 학생들이 상당히 비명과 하여튼 자기네들끼리 어떡해 주고 받으면서 그랬던 상황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거 보면서 교수들도 많이 눈물을 흘리시고 그랬던 상황이 있었죠.

    ◇ 김현정> 지난번 저랑 인터뷰하실 때 그러셨어요. 그때 그 학생들이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혹시 지금도 그런 상황인 학생들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 김혜숙> 아직도 상담 받고 그런 학생들이 좀 있습니다.

    ◇ 김현정> 아직도. 도대체 왜 최순실이라는 사람은 이대를 노렸고 왜 이런 심각한 학사비리가 이대에서 벌어져야만 했을까요, 이제 돌이켜보면 참 기막힌 일인데.

    ◆ 김혜숙> 이화여대가 가지고 있는 어떤 이름값이 있었을 것 같고요. 하여튼 이대가 거기에 어떤 이유로든 말려든 게 됐네요.

    ◇ 김현정> 말려든 것이 됐어요. 타깃을 노리고 달려들었을 때 사실은 시스템이 더 튼튼했다면 지도부가 더 굳건했다면 다 물리쳤어야 되는데 거기에 말려들었던 지도부가 있었다. 사실은 뭐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 거죠?

    ◆ 김혜숙> 그렇겠죠. 학교들이 지금 워낙 급박한 상황들이고 이러고 또 총장님이 취임해서 아마 학교 발전이나 이런 데 대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었을 거고요. 그런 점에서 전후사정 안 가리고 그렇게 되지 않았나 이런 추정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학교 경영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그 유혹을 견뎌내지 못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통탄할 일이죠. {RELNEWS:right}

    ◆ 김혜숙> 그렇죠, 뭐 지나놓고 나면.

    ◇ 김현정>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화여대 새 총장이 결정되던 어제 정유라 씨는 한국 송환이 결정됐습니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지 자그마치 144일 만에 결정이 됐습니다. 이 뉴스 들으셨죠?

    ◆ 김혜숙> 네, 들었습니다.

    ◇ 김현정> 같은 날. 기분이 어떠셨어요?

    ◆ 김혜숙> 참 그 사람으로 인해서 다시 이대가 또 뒤집어지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또 한 번 뒤집어지지 않기를?

    ◆ 김혜숙> 다른 어떤 또 이상한 뉴스가 튀어 나온다거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가 들더라고요.

    ◇ 김현정> 더 이상은 그야말로 속된 말로 구린 것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라 바람. 나올 게 다 나온 거였기를 바라는 두려움 같은 거.

    ◆ 김혜숙> 네. 하여튼 그 사람이 어차피 와서 수사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고 하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사회 정의가 잘 확립되는 그런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전화위복됐으면 좋겠다 그 말씀이세요. 그래도 한때나마 어쨌든 이화여대 학생 신분이었던 사람이고 또 어쨌든 대한민국의 젊은이 중에 하나인데 꼭 좀 해 주고 싶은 조언 같은 건 없으십니까? 스승으로서.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직선제에 참여하는 학생들

     

    ◆ 김혜숙> 안됐어요. 그 사람 보면. 어린 사람인데. 자기 삶에 자기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어른들의 욕망 안에서 결국은 자기 삶이 담보 잡혀서 그렇게 돼버린 건데. 부모가 자식을 위한다고 결국은 한 길이 자식을 망친 거가 되어버렸잖아요. 앞으로는 자기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이 딱 맞네요. 어른들의 잘못된 욕망 앞에서 자식의 삶이 젊은이의 삶이 일그러져버린 거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 김혜숙> 그렇죠. 어렸을 때부터 아마 그렇게 됐겠죠.

    ◇ 김현정> 이제부터라도 주체적으로 정의롭게 살아라 이 말씀. 그 말씀 해 주고 싶으세요?

    ◆ 김혜숙> 네, 저는 그 학생이 좀 딱하더라고요, 어떤 면으로는.

    ◇ 김현정> 그래요. 본인이 거기서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

    ◆ 김혜숙> 글쎄 말이에요.

    ◇ 김현정>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결국은 같이 죄를 짓고만 이 상황이 참 안타깝다는 말씀이에요. 무엇보다 이대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큽니다. 이 사건 국정농단을 거치면서 이대가 받은 상처가 정말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바꿔나가실 생각이십니까?

    ◆ 김혜숙> 이제 저희 학내 커뮤니티 신뢰 회복이 가장 최우선인 것 같고요. 공정하고 투명한 이화여대를 건설해야 되는 게 이제 큰 과제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교육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이 되는 것이 아주 가장 기본적인 건데요. 그 기본적인 게 무너져버려서.

    ◇ 김현정> 공정하고 투명한 학교. 연구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이런 대학. 정말 기본이잖아요, 총장님.

    ◆ 김혜숙> 그렇죠. 그게 기본인데 항상 모든 게 문제가 기본이 무너지면 문제가 생기는 거죠.

    ◇ 김현정> 저는 이 말씀 들으면서 지금 모든 대학이 비슷한 문제 겪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연구, 오로지 학문에 집중해야 될 대학이 지금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끌어 모으나, 어떻게 하면 건물 하나 더 올리나, 유치하나 이런 걱정을 더 많이 하고 계신 것 같더라고요.

    ◆ 김혜숙> 글쎄 이게 우리 사회가 좀 생각을 해 봐야 되는 문제인데요. 교육을 그냥 학교의 문제다라고 간주하지 말고 국가 대계 차원에서 교육의 문제에 접근해야 될 것 같고요. 대학 교육이 전체 사회발전이나 미래사회 구축에 차지하는 비중 같은 걸 생각을 하면 좀 더 대학에 대한 지원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화여대 새로운 총장으로 선출된 김혜숙 교수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작년 말에 저랑 인터뷰하시면서요, 교수님. 예전에 우리 사회는 부끄러움을 스스로 못 느끼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는 사회였는데 이제는 그런 도덕적인 겉치레마저 안 하는 사회가 됐다, 그게 참 가슴 아프다 이러셨는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 없으세요?

    ◆ 김혜숙> 그렇죠. 도덕의 문제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문제도 아니고 사회가 가족해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굉장히 파탄화된 인간관계 안에 처하게 되고 이러면서 예전에 우리가 익숙했던 도덕관념이나 틀이 거의 작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나 새로운 도덕이 뭐가 돼야 되는지가 아직 확정이 된 것 같지 않고요. 그래서 도덕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품격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사는 그런 사회가 좀 되면 좋을 것 같고요.

    ◇ 김현정> 인간의 품격이라고 하셨어요.

    ◆ 김혜숙> 네.

    ◇ 김현정> 이것도 참 기본인데, 생각해 보면. 이 기본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 맞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청춘들 많을 거예요. 젊은이들. 그 젊은이들에게 끝으로 한 말씀 주신다면.

    ◆ 김혜숙> 사실 뭐 인간역사 돌아보면 인간의 삶이 힘들지 않았던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삶이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삶에 무한한 단면이 있으니까 그런 무한한 측면들을 보면서 스스로의 어려움들을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에게 좌절하지 말라.

    ◇ 김현정> 좌절하지 말라. 돌이켜보면 인간 사회에서 어렵지 않았던 때는 없다. 좌절하지 말아라. 이것도 어떻게 보면 기본적인 말씀인데 오늘 참 울림이 있네요.

    ◆ 김혜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57.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1위로 선출이 됐고요. 이제 이사회 인준 과정 같은 게 남아 있는 건가요?

    ◆ 김혜숙> 그렇습니다. 오늘 이사회가 있는 걸로 압니다.

    ◇ 김현정> 오늘, 오늘. 인준 과정 거치면 정식 총장으로 부임하게 되실 겁니다. 앞으로 잘 이끌어주시고요. 이대 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 사회 전체의 롤모델이 되어주시기를 제가 좀 어려운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혜숙> 감사합니다. 김현정 앵커님도 감사드리고요. 항상 좋은 방송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방송 해 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교수님, 오늘 귀한 시간 대단히 고맙습니다.

    ◆ 김혜숙> 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이화여대의 총장으로 새롭게 선출된 김혜숙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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