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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참사 부르는 버스 불법 감차 여전…부담은 운전기사 몫

사건/사고

    [단독] 대형참사 부르는 버스 불법 감차 여전…부담은 운전기사 몫

    일상적인 불법 증감차 문제

    경부선 사고를 일으킨 사고 버스업체. (사진=고무성 기자/자료사진)

     

    경부고속도로 버스 참사의 원인이 불법적인 버스 감차로 인한 운전기사의 피로누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업체들의 불법 감차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운전기사들은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이는 언제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대형 버스업체들도 불법감차 지속

    CBS노컷뉴스가 경기도 성남 지역 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A업체의 배차표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에서 인가한 배차 기준을 지키지 않고, 상시적으로 불법 감차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업체는 국내 대형 버스 업체 중 하나로, 그나마 자금 사정이 나은 대형 버스회사조차도 상시적으로 불법 감차를 하고 있는 것.

    A업체의 배차표에 따르면 6월과 7월 평일 기준으로 확인한 14개 노선 가운데, 12개 노선에서 적게는 1~2대, 많게는 3~4대씩 상시적으로 감차가 이뤄지고 있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평일 기준 10%의 증감차를 허용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절반의 노선에서 불법감차가 이뤄졌다.

    특히, 이러한 상시적인 감차는 '경부선 7중 추돌 사고'가 나 논란이 된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A업체는 지난 24일과 25일에도 여전히 불법 감차를 하고 있었다.

    건대입구역과 단국대를 오가는 102번 광역버스는 지자체로부터 인가받은 버스 대수가 25대지만 이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6월 한달간 평일 20~21대를 운영하다가, 7월들어선 20대로 줄여서 운행하기 시작했다.

    또 서울 종로와 정자역을 오가는 8110번 광역버스도 평일 기준 인가대수가 15대지만 3대씩 적게 운행했다.

    ◇ "새벽에 나와 한번도 못 쉰적도 있어"…업무 과중 여전

    (사진=자료사진)

     

    문제는 이러한 불법 감차가 고스란히 운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해당 운수회사에서 일하는 버스 운전기사 B 씨는 지난 9일 일어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 사고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회사의 반복된 감차 때문에 "정신없이 버스를 몰다보면 신호위반을 하기 십상이고, 업무과중으로 피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 씨는 "새벽 4시30분에 차를 끌고 나갔다가 차가 몰리는 오후에는 한번도 못 쉬고 계속 버스를 운전한 적도 있다"며 장시간 운행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러한 상시적인 감차 운행은 곧바로 버스 운전기사의 노동시간과 연결되고, 버스 운행의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때문에 2명이 사망한 경부고속도로 7중 사고에서도 불법 감차는 버스운행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버스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의 경우, 102번 버스의 1호차 운전자는 오전 5시에 나와 다음날 오전 12시 반이 돼서야 퇴근했다. 하루 19시간 근무한 것. 뿐만 아니라 이 운전자는 다시 다음날 새벽 5시에 나와 운전대를 잡았다.

    하루 운전을 마친 뒤 8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게 한 국토부 시행규칙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배차간격도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102번 버스가 광고하는 배차간격은 10분이었지만 실제론 그 이상이었다. 24일 해당 버스가 분당 오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30분이었지만, 다음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57분이었다. 배차간격은 30분 가까이 늘어져 있었다.

    배차간격이 멀어지면 운전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승객은 늘어나고, 운전기사의 노동강도도 더 해질 수밖에 없다.

    B 씨는 "손님은 고정돼 있는데 노선의 버스가 줄거나 늘면 손님한테 욕먹기 싫어서라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배차간격 지키려 서두르다보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음 버스를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돈 문제…"과징금 받더라도 감차 선택"

    7월 14개 노선 중 12개 노선에서 증감차가 이뤄졌다. (사진=독자제공)

     

    전문가들은 버스 회사들이 상습적인 버스 감차를 하는 원인에 대해 '돈 문제'를 지적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은 "버스 회사가 노선에 대해 일정 대수를 운행하겠다고 신고를 하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차 운행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럴 경우 배차 간격이 빽빽해지면서 운전기사의 부담만 늘어나게 되고, 노동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할 지자체도 문제를 인정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람이 없는 비수익 노선에 대해 인가된 횟수만큼 덜 뛰는 문제가 있다"며 "지도 감독을 통해 과징금 부과나 개선 명령을 통해 인가된 횟수대로 운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적자가 심한 노선의 경우 감차를 해 운영 한 부분이 있다"며 해당 문제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적자 노선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지만, 받더라도 적자를 다 보전하지 못한다"면서 "회사입장에선 과징금을 맞더라도 감차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러한 불법적인 버스운행을 막기 위해 지난 28일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엔 경기도 수도권 광역버스엔 불법증감차 문제 등을 바로 잡기 위해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준공영제 도입도 포함됐다. 과로 예방을 위한 휴게연속 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는 등의 운전자 근로조건 개선책도 마련됐다.

    또 그간 적은 과징금 때무에 이를 감수하더라도 불법 운행을 하는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건당 18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과징금도 2배 높아진다. 위반 건마다 과징금이 매겨지기에 과징금이 합산되면 수 천만원까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업체들의 감차 등 불법 행위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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