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 국무부 제공)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이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과 생산적 대화를 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기존 대북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북한이 두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미국 내에서 북한 정권교체 여론이 제기되기 시작하는 국면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다음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을 앞두고 미국이 사전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포럼에는 북한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에 예정에 없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나타났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오늘 누구를 데려왔는지 보라"며 틸러슨 장관을 깜짝 소개했다. 틸러슨 장관은 장관 취임 6개월을 맞아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방침을 밝혔고, 여기서 북한관련 미국의 공식 입장도 제시됐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위협을 단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잇단 ICBM 시험 발사에 미국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방침 변경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 정권붕괴나 북진 흡수통일, 미군의 38선 이북 진출 등도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북한의 적이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선제 타격의사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동맹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 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틸러슨은 미국의 북핵 해법을 "평화적 압박(peaceful pressure)"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적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어느 시점에 북한과 서로 앉아 북한이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북한이 이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이 추구하는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제공하겠지만,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핵포기를 전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여전히 북미 양자간의 간극은 큰 상황이다.
한편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포기와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 관련 상황에 대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다만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악화된 미중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제스쳐로 해석된다.
이처럼 미국이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다음주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사전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도 포럼에 참석하기 때문에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미국의 입장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