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감사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국감스타도 등장하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회의원들도 나온다.
그 중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 "지금은 야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박범계 의원은="" 왜="" 야수가="" 되자고=""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야수는 미녀와 야수의 그 야수를 말하는 거냐?=그렇다. 野獸 (야수)는 들짐승을 말하는 것이지만 하는 짓이나 성질이 몹시 포악하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정치권에서 '야수'라고 하는 건 야당의 입장에서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문제들을 파헤치고 공세적으로 임하라고 하는 의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사진=자료사진)
▶ 박범계 의원이 누구에게 야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는 거냐?= 동료의원들 특히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들에게 야수가 되라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적폐청산위원회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재정 의원이 여당의원으로서 어떻게 국정감사에 임하는 게 좋은지를 묻자 "지금은 아직 야수가 되어야하는 때다. 내가 망가(?)지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의정활동 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고 그냥 원칙대로 하자고 했다"고 한다.
박범계 의원에게 어떤 취지에서 '야수가 되자'고 했나? 라고 물었더니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에 기초한 정부이고 국정농단 관련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적폐를 청산해야 하니까 여당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야수가 되는 마음으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그냥 나오는 대로 공개하자는 그런 취지였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사진=이재정의원 페이스북)
▶ 이재정 의원은 왜 그런 질문을 했나?= 이재정 의원의 질문은 국회의 근본적인 관행에 관한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에서 여당이 됐지만 이번 국감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국정농단 문제를 파헤치는 적폐청산이 핵심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들이 국회에 포진하고 있다보니 그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옳은지 그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동료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해서 비판하는 건 일종의 금기사항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재정 의원이 인적청산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되면 동료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해서 비판해야 하는데 어떻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하겠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런 질문을 했더니 박범계 의원이 씩 웃으면서 "야수가 되면 된다. 아직은 야수해야지 그렇게 답했다"면서 "아직은 그렇게(야수처럼) 살 때야 망가지면 돼, 걱정하지말고 적폐청산위원들은 그렇게 하자고" 답을 했다고 전했다.
▶ 정말 동료의원들 이름도 거론하지 않나?= 그렇다.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박범계 의원에게 국정감사를 하면서 제일 힘든게 뭐냐고 물었더니 바로 국회의 불문율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사실은 과거나 지금의 동료의원들 눈에 보이는 의원들에 대한 얘기,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토로했다.
동료의원들을 공격하는 의원은 국회의장이 될 수도 없고 장관도 되기 어렵다고 한다.
동료의원을 공개적으로 거론해서 공격하면 그 자신도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지명되면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건 국회의원들이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캡처.
▶ 박범계 의원이 실제로 상임위에서 '야수'처럼 하고 있나?= 이재정 의원에게 누가 가장 '야수' 답게 국감에서 활약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박범계 의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적폐위원회 소속인 표창원 의원과 백혜련 의원, 진선미 의원, 박주민 의원 등을 '야수'로 꼽았다.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상황 박범계 의원과 권성동 법사위원장, 김진태 의원이 삿대질을 하고 고성이 오고가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모습이 보기에는 좋지 못하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도 의문이다. 박범계 의원도 이런 일이 있은 뒤 페이스북에 "인간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막말로 얼룩진 법사위, 제 책임이 큽니다. 전들 우아하게 품위를 뽐내면서 의정활동을 하고싶은 욕심이 왜 없겠어요. 그러나, 그러기엔 이번 국감이 너무나 엄중합니다. 온 국민이 바라는게 적폐청산 아닌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통상 국정감사에서는 초선의원들이 주로 저격수나 투사의 역할을 하지만 박범계 의원은 최고위원인데도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위원장과 간사인 김진태 의원에 맞서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말이 나왔으니까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간에 정치공방이 벌어지면 언론에서는 '볼썽사납다'거나 '아수라장', '난투극'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그렇게 해야만 하나?= 김현정 앵커도 오프닝에서 그 말을 했는데 (볼썽사납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점잖하게 품위만 지킬려고 한다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여당은 수비수 역할로 점잖하게 대응하고 야당은 거칠에 대응하는 게 역할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몸싸움을 하거나 삿대질을 하거나 고성이 오고가는 장면은 보기에는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핵심은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걸 막으려는 국회의원들과 때로는 언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는 문재인 정부보다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잘못 이른바 '적폐청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여당의원들이 야당의원처럼 공격을 하고 야당의원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여당처럼 방어를 하는 모양새다.
특히 법사위에서 사사건건 부딛히는 문제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이거나 4대강 문제, 자원외교 문제, 등등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것이다.
▶ 국회의원들의 난타전 피할 수 없다는 거냐?= 그건 아니다. 가급적 그런 일은 없을 수록 좋다. 오히려 치열하게 토론하는 정책국감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언론의 입장에서 가장 큰 딜레마가 그런 문제다. 싸우지 않고 점잖케 할 수 있는데도 소리를 지르거나 몸싸움을 하거나 그런건 그냥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쪽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밝혀 내려고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보도는 '양비양시'론이다. 양비양시론은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본질은 비켜가면서 현상만으로 문제를 분석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과적으로 본질을 가리는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박범계 의원도 "사안의 실체에 접근해서 규명한 뒤에 양비 양시는 좋은데 밑도 끝도 없는 양비양시론 그건 정말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사실 국회의원들도 이미지가 망가지는 데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 그래도 싸우기 보다는 협치를 하는 게 바람직한 것 아닌가?= 좋은 게 좋기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않겠나?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나 정부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야당의원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덮고 넘어가자고 하면 동조해서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옳은 일일까?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고 협치가 매우 중요한 건 틀림없다. 그렇지만 협치가 절대선은
아니지 않겠나?
이재정 의원은 "협치가 필요하긴 하지만 단호할 때는 단호하고 내줄때는 기꺼이 내주는 그런 문화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일상에서 '좋은게 좋다'가 되면서 문제 제기를 못하는 방식으로 가니까 그게 좀 이해하기 어렵고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 그렇지만 여당이 야당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야수의 역할은 야당이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무조건 발목잡기를 하는 건 옳지 못하지만 야당의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야수'로 꼽히는 백혜련 의원은 "지금은 야수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당은 야수의 입장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국정의 책임자 입장이니까"라면서 "이번 국감은 지난 정부 비판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적폐청산을 해야 하니까 야수여도 되지만 국정농단 정리국면으로 들어가면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야수 다음에는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입장에서 '양보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