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설가 이외수 씨 페이스북 캡처)
강원도 화천군민들이 소설가 이외수 씨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천군 번영회 등 지역 사회단체들은 지난달 31일 "이외수 선생은 화천군수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행한 것과 관련해 군민 앞에 공개사과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시설물(감성마을)에 대한 폭파 등을 운운하지 말고 즉시 감성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이 언급한 '모욕적인 언행'은 이외수 씨가 지난 8월 6일 감성마을에서 열린 세계문학축전 시상식에서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한 폭언을 의미한다.
당시 이 씨는 최 군수에게 "어이 최문순. 여기(감성마을)는 표가 없다며? 내가 여기(감성마을) 다 폭파하고 말 거다. 용역까지 다 불러놨으니까 난 그림(작품)만 가지고 떠난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거주 및 집필공간인 감성마을은, 화천군으로부터 매년 운영비와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이후 이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자주 술을 마신다. 그리고 취하면 끔찍한 주사를 벌이곤 한다. 알콜중독이 재발했다. 알콜중독자들은 대부분 극심한 외로움에 찌들어 있다. 가끔은 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라는 글을 올리며 과음으로 인해 실수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화천군의회에서 한 의원이 이외수 씨의 발언을 다시 한번 언급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흥일 군의원은 "이외수 선생이 술 냄새를 풍기며 '감성마을을 폭파하고 떠나겠다'는 폭언을 하고 소동을 피운 것은 군수뿐 아니라 군민을 모욕한 것으로, 민의의 정당인 의회에 나와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가리 함부로 놀리지 마라. 방산비리 같은 망국적 악행에는 찍소리도 못하던 새퀴들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누구를 향한 글인지 명확히 기재돼있지는 않았지만, 올린 시기로 보아 전날 이 의원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논란이 심화되자 이 씨는 지난 29일 페이스북 계정에 장문의 글을 게시하며 자신의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그는 "지난 8월 술을 과하게 마셔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폭언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변명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건 직후 군수에게 즉시 사죄의 뜻을 비쳤으며, 정식으로 사과할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군수의 해외 일정 등으로 인해 20여일이 지나서야 군수와의 만남이 성사됐다"며 늦었지만 일이 잘 해결됐음을 전했다.
이어 "그런데 군의회 의원이 공개사과를 하지 않으면 감성마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해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천을 배경으로 쓴 자신의 소설과, 본인이 팔았던 화천의 농산물 등을 언급하며 "화천군의회 의원 한 분만 제가 화천군에 기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아직도 화천에 블랙리스트가 확고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소름이 끼치고 치가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