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진 서울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인근 선로 옆에는 작업자들이 드나들던 '비밀통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열차가 운행하는지 등을 살피며 안전한 경로를 통해 돌아 들어와야 함에도, 작업장을 쉽게 넘나들기 위해 규정을 어기고 임의로 통로를 만들어 사고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경찰 "전 씨도 통로로 들어왔다" 진술 확보경찰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8시쯤 구로구 온수역에서 오류동역 방향 약 200m 지점에서 배수로 안전망을 설치하던 일용직 노동자 전모(36) 씨가 다가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코레일 '철도사상사고 초동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지점 옆에 설치된 방음벽에는 폭과 너비가 각각 70~80cm쯤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방음벽 반대편으로 작업자가 넘나들거나 장비를 전달할 때 쉽게 하기 위해 방음벽 패널 일부를 임의로 뗀 것으로 추정된다. 규정을 어기고 코레일 측과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전 전 씨 역시 이 비밀통로를 통해 선로 쪽으로 들어왔다"는 진술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기도 했다. 방음벽에 뚫려있던 이 위험한 통로가 사고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찰은 다만 아직 수사 초기인 만큼 진술만으로 정황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씨가 인력사무소에서 파견된 일용직 노동자로, 현장에서 일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시공업체나 감독업체 모두 시설관리나 안전교육 등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운행중 작업…참사 반복될 것"사고지점은 더구나 지난 6월 '노량진역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에 의해 선로 유지보수 작업 일체를 멈추라는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구간에 포함된다.
당시 노량진역에서 공사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돌아오던 정비사 김모(57) 씨가 뒤따르던 열차에 치여 사망한 뒤 내려졌던 이 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코레일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측은 "배수로 안전망 공사는 선로 유지보수 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선로 자체에서 작업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열차가 오가는 선로 바로 옆 배수로에서 작업하는 만큼 포괄적으로 선로 유지보수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작업을 멈췄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고 당시 해당 선로에 전 씨가 들어왔는지 코레일 측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규정을 어기고 코레일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자를 투입했다는 것. 열차운행 선로지장작업 업무세칙 상 시공업체는 작업 착수 예정시각 1시간 전까지 주변 역장과 협의해야 한다.
이처럼 지하철 운행 중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는 계속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던 정비공 김모(19) 군이 선로로 떨어진 뒤 열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열차 운행 중 선로에서 작업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사고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안전보건공단에서도 열차 전면차단 후 작업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