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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학생에게 "넌 성적이 그래서 그럴 만하다"

인권/복지

    성추행 피해 학생에게 "넌 성적이 그래서 그럴 만하다"

    학교 현장 인권침해 사례, 학생들이 직접 책으로 펴내

    - 교내 인권침해 사례집 <여기> 출간
    - 남자친구와 모텔 갔다는 거짓 소문…"너 학교 명예 훼손으로 자퇴시킬 수 있다"
    - 교육청에서 감사했지만 무혐의 처분…"책자로 발간해서 재발 막으려고..."
    - "피해 사실조차 말하기 힘든 학교 현장의 현실에 책임감 느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2월 18일 (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진아 학생



    ◇ 정관용> 경기도의 한 예술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교내 인권침해 사례집을 출간한다는데요. 책 제목이 <여기>입니다.

    학교라는 공간, 바로 여기 이곳에서 인권침해, 성희롱, 외모 차별 이런 것들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의미죠. 190페이지나 되는 책이라고 하는데 1년간 이 책을 준비한 정진아 학생을 전화로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 정진아> 안녕하세요.

    ◇ 정관용> 재학생이에요, 아니면 졸업했어요?

    ◆ 정진아> 졸업했습니다.

    ◇ 정관용> 언제 졸업했어요?

    ◆ 정진아> 저는 올해 2월에 졸업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 책을 벌써 1년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고요?

    ◆ 정진아> 네. 제가 준비한 지 이제 1년 정도 되어갑니다.

    ◇ 정관용> 어떻게 하다 이게 시작됐다는 얘기입니까?

    ◆ 정진아> SNS에서 저희 학교 내에서 있었던 인권침해 사례가 화제가 됐고 그걸 취합해서 책자로 발간을 하면 그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겠다. 그리고 또 그런 걸 보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겠다 하는 생각에서 책자를 제작하게 됐어요.

    ◇ 정관용> SNS상에 인권침해 사례들이 올라간 게 언제부터입니까?

    ◆ 정진아> 올해 2월쯤부터입니다.

    ◇ 정관용> 올해 2월. 몇 건 정도나 올라왔어요?

    ◆ 정진아> 제보는 270건 정도가 있어요.

    ◇ 정관용> 그래요? 이런 제보들이 SNS에 올라오고 나서 그러면 교육당국이나 이런 데서는 아무 조치를 안 했습니까?

    ◆ 정진아> 교육청에서 연락이 와서 학교 감사를 했는데 선생님 세 분이 수사 후에 무혐의 처분을 받으시고 두 분은 학교 측에서 경고를 받는 정도로 끝이 났어요.

    ◇ 정관용> 교육청에서는 세 명은 수사 의뢰했고 두 명은 학교에서 징계 의뢰하라고 했군요?

    ◆ 정진아> 네.

    ◇ 정관용> 그런데 그 수사 의뢰된 것은 다 무혐의가 났어요?

    ◆ 정진아> 네.

    ◇ 정관용> 그리고 학교 징계는 그냥 경고입니까?

    ◆ 정진아> 네. 거기서 끝났어요.

    ◇ 정관용>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걸 보고 학생들은 반응이 어땠어요?

    ◆ 정진아> 아무래도 좀 폭력이 공공연한 상황이었는데 처분이 안타깝게 나니까 저희로서는 좀 억울한 부분도 있고 또 화가 나기도 하고.

    왜냐하면 학교 측에서는 제대로 조치를 취하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까 저희는 이제 책자 제작이라도 열심히 해서 이런 일들을 더 알리자, 그렇게 하게 됐죠.

    ◇ 정관용> 어떤 사례들이 있는 겁니까?

    ◆ 정진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학생한테 빗자루를 얼굴에 갖다대면서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면 이 빗자루로 너를 때리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고. 영어 단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영어 단어와 발음이 유사하다고 여자가 옷을 푼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신다거나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상담 중에 얘기를 했는데 그런 학생한테 “네 성적이 그래서 그럴 만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신다거나, 동의 없이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만지시고 그런 일들도 비일비재하다고 제보가 들어왔었어요.

    ◇ 정관용> 정진아 학생도 혹시 그런 침해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

    교내 인권 침해 사례집 '여기' (사진=정진아 학생 제공)

     

    ◆ 정진아> 저 같은 경우에도 제가 학교폭력 피해자로 신고를 했었는데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 저한테 학교 폭력 담당 선생님이 오셔서 너는 피해자니까 웃고 다니지 말아라. 네가 가만있는 게 학교 일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거나 제가 남자친구랑 모텔에 갔다는 거짓소문이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돌았다면서 너를 명예훼손으로, 학교 명예를 훼손한 잘못으로 자퇴를 시킬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감사히 여겨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학생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

    ◆ 정진아> 네. 그러면서 오히려 네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정관용> 이 책은 그래서 몇 명의 학생들이 함께 만들고 있습니까?

    ◆ 정진아> 총 11명이서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이 책 만든다는 걸 알면 학교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정진아> 네. 처음 제작 소식을 말씀드렸을 때도 학교 측에서 징계를 알아서 할 테니까 책자는 제작하지 말고 배포도 하지 말아라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어요.

    ◇ 정관용> 징계를 알아서 한다는 얘기는 이런 인권침해 당했다라는 제보의 해당 교사들을 징계하겠다 이렇게 말했다는 거죠?

    ◆ 정진아> 네. 그리고 시정조치를 취하겠다,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는데 재학생 친구들한테 들어보면 실질적으로 별로 변화한 건 없다고 그런 얘기를.

    ◇ 정관용> 별다른 조치도 없이 그냥 책을 내지 말라고만 했다?

    ◆ 정진아> 네. 실제로 책자를 만들어서 학교에 가져갔을 때도 선생님께서 배포를 허락할 수 없다고 얘기를 하셔서 아직까지 배포를 못하고 있어요.

    ◇ 정관용> 이 책은 완성된 거죠?

    ◆ 정진아> 네. 책자는 완성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지금까지 배포가 안 됐습니까? 이 방송 들으시는 분들이 혹시 이 책을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정진아> 저희 SNS의 '오픈 카톡'에 책자 <여기>라고 검색을 하시면 저희 책자 구매할 수 있는 채팅방이 있어요. 거기서 저희가 절차에 따라서 안내를 해 드릴 수 있고 그런데 책자를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까 많이 제작을 못 해서 주문을 받는 만큼만 제작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오픈 카톡방에서 책자 <여기>?

    ◆ 정진아> 네.

    ◇ 정관용> 1년 동안 이걸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많이 느꼈습니까?

    ◆ 정진아> 제보를 하시는 분들 중에 제보를 하기를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이게 정말 피해자가 보호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피해 사실조차 말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이 책자 제작에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자기가 당한 일은 많지만 얘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응원한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이게 정말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마련되어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또 다른 예고나 자사고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멋진 일을 한다, 응원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폭력적인 사건들이 저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되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 정관용>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꼭 필요하구나, 이 책을 통해서 해당 학교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인권침해, 학생에 대한 인권침해를 좀 사회적 문제로 제기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시군요?

    ◆ 정진아> 네.

    ◇ 정관용>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진아>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진아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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