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종료회의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오른쪽 세번째)이 공동보도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관현악단이 남측에서 두 차례 축하공연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15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북한은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해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을 진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사진=삼지연 관현악단 공연 유튜브 영상 캡처)
합의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 예술단의 방남 경로.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 판문점을 통해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한 예술단은 기본적으로 판문점 육로를 경유해서 오겠다고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며 "우리측에 이를 위한 수송 수단 편의 제공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북측은 서울과 강릉을 오갈 때는 안전 문제를 고려해 KTX 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남북은 일단 예술단 공연에 필요한 장비는 판문점을 통해 운송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140명이 넘는 예술단 인원 전체가 판문점을 통해 방문할지는 아직 실무협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이우석 문체부 실장은 "예술단원들의 방남 경로는 북측에서 실무 현장 점검단이 사전 답사를 와서 최종적으로 확정지어야 한다"며 "북측의 요청을 보류한 것은 아니고 현장 방문 이후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방침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직 추후 협의가 남아 있지만 북측이 공식적으로 판문점 경로를 요구한 만큼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판문점을 넘어 남측을 방문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남북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술단 전체가 다른 경로가 아니라 육로로 판문점을 넘어 온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협력 분위기는 공연 내용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관현악과 기악, 타악, 노래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악단으로 주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공연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통일 분위기에 부합하고 남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연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우석 실장은 레퍼토리와 관련해 "북측은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명곡 등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측도 순수 예술적인 민요나 가곡, 고전음악 등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특별한 이견보다는 원만한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남북이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펼쳐지는 공연인데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정치색 짙은 공연을 할 경우 오히려 남북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북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예술단이 우리를 배려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