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진 조사단장 (사진=황영찬 기자)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이 별도의 조사단을 꾸렸지만, 단장을 맡은 조희진 검사장의 자격 문제가 검찰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그간 조 검사장이 검찰 내 성폭행 문제에 보여온 태도를 문제 삼는 건데, 검찰 수뇌부의 결단이 없을 경우 공개적인 저항의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전날 조희진 성폭력 사건 조사단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조사단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임 검사가 과거 검찰 내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조 검사장이 폭언과 함께 사건의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수준과 이슈에서 전무후무한 검찰 개혁이 이뤄질 기회인데, 그간 조직의 이해에 충실했던 간부가 조사단의 수장이 되서는 이 기회를 놓친다는 게 임 검사 측 입장이다. {RELNEWS:right}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의 답변이 없자 조사단 구성을 지시한 문무일 검찰총장과 성범죄 대책위를 이날 발족시킨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도 이날 '결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추가로 보냈다. 조 검사장이 과거 관련 사건에 보인 태도를 봤을 때 그가 자격이 없으며, 현 상황을 제대로 처리해 검찰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선 검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사가 조사단 수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검사장은 특히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으나, 최고위급 간부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가해자로 지목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임 검사의 주장이다. 여 검사들 일각에서는 조 검사장이 남성들에게 같은 집단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남성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명예 남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한다.
임 검사는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밝히는 것보다 우리 내부에서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결단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 단계가 그냥 무시되고 사라지면, 그 다음은 공개적으로 투쟁하는 방식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게시판 등을 통해 조 검사장이 과거 비슷한 사건을 무마했던 전례 등이 담긴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식이다. 앞서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 글은 내부게시판에서 일선 검사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한 여성 변호사는 "예전에는 그런 글에 댓글을 다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내부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지금은 '미투 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