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 (사진=임상훈 기자/자료사진)
한국GM의 부실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사가 시작될 예정이지만 GM본사가 원하는 대로 빨리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GM과 산업은행은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확약서에 담을
문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어 협의 자체가 언제 끝날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주내에 실사와 관련한 협상을 끝내려 하고 있지만 상대가 있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실사의 목적이 한국GM의 부실 원인을 규명하는데 있는 만큼 그동안 제기돼 온 ▲GM본사의 한국GM에 대한 고금리 대출 의혹 ▲ 본사 제공 부품 가격의 과다 의혹 ▲ 연구개발비 과다 부담 의혹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실사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GM측은 한국GM의 인건비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입장인 반면 산은 측으로선 세 가지 의혹을 중심으로 해 GM측이 경영부실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실사를 위한 실무 협의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실무 협의를 조만간 마무리하더라도 실사 시기를 통상의 2~3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예를 들어 매출 원가만 보려 해도 확인해야 하는 원장이나 부속 서류 그에 따른 증거 자료 등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작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실사를 하는 경우도 2,3개월이 걸리는데 한국GM의 경우라면 더욱 실사 시기를 단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실사가 GM의 요구대로 빨리 마무리되는데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6일 보도자료에서 '빠른 실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 의원은 "한 두 달 만에 한국GM의 경영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산업은행이 구속력 있는 자료 요청권을 말하고 있으나 짧은 (실사) 기간 내에 실효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글로벌 GM의 용의주도함은 이미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면서 "결국 '빠른 실사'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4월 차입금 상환, 5월 군산공장 폐쇄로 한국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GM측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실사는 군산 공장 폐쇄를 선언한 GM이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정부와의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2009년에도 GM은 비슷한 협상을 산은 그리고 정부와 진행한 전력이 있다.
2009년 6월 GM본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한국GM대우(당시 회사 이름)에 대해 1조 원의 긴급 자금을 달라고 산은측에 요구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협상은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2010년 12월 초 한국GM대우의 장기 발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 체결로 무려 1년 반 가량을 밀고 당긴 끝에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GM과의 협상은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협상도 짧은 시기에 끝날 일이 아니라 빨라야 6개월, 길면 2,3년을 끌고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 GM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 채권단이 없기 때문에 정부와 GM간의 협상이 실사와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재무 건전성 확보나 경영 정상화 등 주제 별로 산은과 정부 부처들이 결합해 협상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선 실사 과정부터 GM측과 계속 협상을 이어가면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 주주·채권자·노조 등 이해 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 정상화라는 3대 원칙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