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제는 더 이상 '다스는 누구 것이냐'란 질문이 유효하지 않게 됐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제, '그래서 MB는 어떻게 되는가'란 질문만 남은 상황이다.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에 이어 사위까지 소환되면서, 검찰이 MB를 직접 조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6일 불법 자금수수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이 전무를 소환조사했다.
지난 2008년 검사생활을 마치고 삼성화재 해외법무담당으로 입사했던 이 전무는 다스 소송비용 대납이 이뤄졌던 2009년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도 이 과정에서 실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이미 받고 있는 상태였다.
검찰이 압수수색 등에 나선 이번 '불법 자금수수' 혐의는 기존에 이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삼성전자 다스 소송 대납은 물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과는 다른 새로운 범죄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모 인사로부터 금융기관장에 취업을 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아 챙겼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무가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여러 갈래에서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가는 과정에서 이 전무가 일종의 '통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권의 초기 공신으로 분류됐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 아내인 이 전 대통령의 맏딸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 머물면서 실제 의외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전문가이기도 한 이 전무는 최근까지도 이 전 대통령의 검찰 대응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 (사진=자료사진)
앞서 검찰은 전날 외동아들인 이시형 다스 전무를 비공개로 불러 16시간 정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을 비롯, 일감 몰아주기와 협력업체로부터 부당지원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의혹까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미 검찰이 김백준 전 청와대기획관의 공소장과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이 각각 국정원 특활비의 '주범'과 다스·도곡동땅의 '실소유주'라고 적시했다는 점, 측근을 거쳐 가족까지 소환조사를 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남은 것은 이 전 대통령 직접 수사다.
검찰은 3월 초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하기 앞서 서면질의서를 먼저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인 동시에 조사시간 단축, 증거 능력 확보 등이 목적이다.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다.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나 보수정권 대통령 2명이 나란히 수감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불구속 기소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일반적 구속영장 청구 사유나 사안의 중대성, 공범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 하다는 의견이 검찰 안팎에 훨씬 많다.
그나마 '전직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라'는 메시지를 검찰에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청와대인데, 이번 정부 청와대는 과거처럼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게 검찰은 물론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처럼 일선 검사에게까지 민정수석이라며 전화를 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며 "원칙대로, 국민의 바람대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한 의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구속이 당연하다"고 했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 측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구속영장 청구의 중요한 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돼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이 여기에 반하는 주장을 편다면 영장 청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