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차출론에도 점점 힘이 붙고 있다.
12·3 내란 사태에 따른 조기 대선에 원내는 물론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 지자체장들까지 난립하면서 흥행에 노란불이 들어오자 한 대행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까지 출마를 선언하거나 하겠다고 나선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이미 10명에 달한다. 원내에서는 안철수·나경원·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이 나서고, 원외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직전까지 출마를 고심했을 정도로 국민의힘 경선은 북새통이다.
이전 대선 경선과 다른 점은 지자체장들의 '밑져야 본전식' 출마 선언이 잇따른다는 것이다. 대선에 출마할 광역단체장 등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5월 4일)까지만 사퇴하면 된다고 정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다음달 3일 끝나는 만큼 단체장 직을 유지하면서 대선후보로 이름을 알릴 수 있다. 한때 중량급 지자체장들의 출마가 거론되면서 '보수 20룡설'까지 거론된 것 역시 이같은 배경에서다. 지자체장 중 사퇴하겠다고 밝힌 후보는 홍준표 대구시장뿐이다. 나머지 지자체장들은 공직을 유지한 채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같은 후보 난립상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오히려 당 안팎에서는 '한덕수 차출론'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지도부는 "원외에서도 눈에 띄는 대선 주자로 한덕수 대행을 꼽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원내 의원들도 상당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한 대행이 현재는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자기 직을 걸고 나온 사람이 홍준표 한 명뿐 아니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온 듯한 후보들도 많은 듯하니 대체재를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한 총리가 눈에 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행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한 대행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할 것이다'는 긍정 인식은 56%로 조사됐다. 부정 인식(37%)보다 높은 수치다.
중도 확장력 역시 일정 부분 증명된 측면도 있다. 같은 조사에서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 중 한 대행에 대한 긍정 인식은 52%, 부정 인식은 42%였다. 보수층에서는 80%로 부정 인식(18%)을 압도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한 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을 거론했다.
그는 한 대행을 향해 "내란 수괴와 결탁해 권력을 넘보는 미몽에서 깨어나라"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정치적 야욕을 위해 월권을 휘두른 죗값은 두고두고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