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다음달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다주택자 꼬릿표 떼기'에 나섰다. 이달부터 시작될 보유세 인상 논의에 대비한 '명분 쌓기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주택자와의 전쟁'이다. 실제 거주할 집 한 채를 제외하고는 양도세 중과가 도입되는 4월까지 모두 팔거나 임대 등록하라는 게 주된 메시지다.
지난해 8.2대책을 내놓을 당시부터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는 한마디에 이러한 정책 방향이 오롯이 녹아있다.
하지만 정작 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부터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걸로 조사되면서,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다주택자가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고 하면 정책의 영(令)이 서겠냐는 얘기다.
실제로 장관급 이상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 이상급 32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절반인 15명이나 됐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홍은동 빌라를 매각한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5명이 다주택자 명단에서 이름을 지운 상황이다.
조국 민정수석과 한병도 정무수석이 해운대 아파트와 성남 집을 각각 처분했고, 농림축산식품부 김영록 장관도 해남 아파트를 팔았다. 김현미 장관 역시 남편 명의의 경기도 연천 주택을 최근 친동생에게 팔면서 고양시에 아파트 한 채만 남긴 상태다.
대치동과 분당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도 이참에 강남 집을 팔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강남 집을 내놨으나 나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가 "매물이 없어 못 판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얘기"라는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 고위인사들이 이처럼 '집 팔기'에 나선 건, 이번달부터 본격화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보유세 인상 논의를 앞둔 '명분 쌓기'나 '전열 가다듬기'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아직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 역시 처분 여부를 놓고 심리적 압박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실제 필요에 의해 '2주택'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라지만, 같은 상황인 대통령과 민정수석부터 '본보기'를 보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 대책은 실수요와 거리가 먼 '3주택자 이상'에 대체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당사자들 입장에선 같은 '다주택자'로 묶이는 게 내심 억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국민들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