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KT와 자회사 KT엠하우스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 발행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양사가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거래 플랫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첫 합작품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와 KT엠하우스는 경기도 김포시와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포 시내 상인들과 만나 요구사항이나 사용자 니즈, 가맹점 규모 등을 파악하면서 기존 인프라와 연계, 연내 상용화를 위한 표준 수립에 나섰다.
지역 화폐에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 하나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다. 상인들도 환전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결제금액이 곧바로 계좌에 입금돼 별도의 장비 구매도 필요없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역 화폐 발행 비용을 절감하고 위·변조나 소위 '상품권 깡'도 근절해 지역 자원의 선순환을 돕는다.
아직 지역 화폐가 없는 김포시는 올해 블록체인 기반 지역 화폐를 도입해 지역 소비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골목상권을 살려 지역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화폐 첫 삽을 뜨는 김포시뿐만 아니라 지역 화폐가 통용되고 있는 여러 지자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다.
◇ 지역 화폐, 지자체發 활성화 노력은 크지만…소득증대 어렵고 '상품권깡' 오용지역 화폐는 국가 공식 화폐는 아니지만,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일종의 대안화폐다.
지역 화폐는 목적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품앗이나 봉사 활동처럼 이웃에 도움을 주거나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했을 때 받는 '공동체형(레츠형)'과 지역 내에서 현금처럼 쓰면서 지역 소비 역외유출을 막는 '지역 경제 활성화형'으로 구분된다.
형태는 코인 형태로 모바일에 적립해 쓰는 '전자형'과, '고향 사랑 상품권, 지역축제 상품권' 같은 '지류형'으로 나뉜다.
다만, 주로 '공동체형' 지역 화폐는 현금화가 되지 않아 소득 증대가 힘들다. 예를 들어, 봉사 활동으로 지역 코인을 받은 주민은 그 코인으로 지역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 코인을 받은 매장 주인도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자신도 소비자가 돼 다른 매장에서 사용하는 형태다.
지류형 지역 화폐는 '몰라서 못 쓰거나', '알아도 못 쓰는' 경우도 많다. 일부 가맹점에서 크게 반기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를 현금화하려면 농협 같은 특정 환전소에 가야만 한다. 또 농협의 영업시간에 맞춰서 환전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바쁜 상인들 입장에선 다소 번거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일반 화폐보다 위·변조도 쉬워 신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중소 상인들은 그날그날 현금화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환전소에 들리는데 "진짜인 줄 알고 받아뒀던 지역 상품권이 환전하러 가서야 가짜라는 걸 아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손님들이 몰리는 식사 시간에, 계산대에 와서야 내미는 지역 상품권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맹점에서 지역 화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더라도, 소비자는 어떤 가맹점에서 지역 화폐를 취급하는지 알기 힘들다. '언젠간 쓰겠지'하며 지갑 한쪽에 넣어두고 다니다가, 찢어지거나 결국 못 쓰고 버리는 게 태반이다.
지자체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들여 발행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대로 순환되기보다는 '공무원 강매'나,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쓰이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이런 탓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강원도에는 지난 겨울에만 국내 관광객은 물론 전세인들이 몰려들었지만, 지역 화폐가 유통되는 대표적인 곳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모바일상품권·블록체인 합작, 지역 화폐 확대…"K코인 발행 아냐, 완전히 다른 것"
KT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KT와 KT엠하우스가 지역 화폐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인 것도 이같은 지역 화폐의 한계를 보완하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블록체인을 도입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금융 거래의 '신뢰'는 확보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정보를 한 곳에 담는 중앙 집중형이 아닌, 모든 참여자 장부에 기록하는 '분산형 원장'이다. 거래 기록을 주기별로 끊임없이 상호간 매핑해 거래 기록 중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다수 원칙에 따라서 위·변조된 기록을 찾아내는 것이다. 해킹할 수 없을뿐더러 탈중앙화 시스템으로 중개에 따른 시간과 비용도 절감한다.
이에, 10여 년 동안 모바일 상품권 발행과 판매, 정산 등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해온 KT엠하우스는, KT와 협력해 국내 최초 전자형 지역 화폐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KT엠하우스의 가맹점 수는 5만여 곳, 월평균 발송건수는 100만 건에 달한다.
KT도 블록체인을 올해 5대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만들고 해외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등 관련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사는 앞서 지난해 10월 블록체인 기술 협약을 맺으면서 가상화폐 플랫폼 'K-Coin(K코인)'을 엠하우스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쇼' 서비스에 적용했다. 지난 2월 말에는 전자문서 데이터를 무제한 저장할 수 있는 블록체인 관리시스템도 도입에다.
이처럼 모바일 상품권 분야에서 기반을 다져온 KT엠하우스의 인프라와 전문성에다, KT 블록체인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지역 상품권으로 대표되는 지역 화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K코인 발행' 등 가상화폐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KT 엠하우스 관계자는 "보안성과 투명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을 지역 화폐에 접목한 것은 전자결제나 상품권 사용의 혁신적인 기술"이라면서 "거래량 증가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날 정산 등의 리소스를 블록체인 기술로 절감하고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