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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피랍 보도 악의적" 靑 비판이 설득력 잃은 이유

기자수첩

    [뒤끝작렬] "피랍 보도 악의적" 靑 비판이 설득력 잃은 이유

    '가나 해역 국내 어선 피랍' 엠바고 해제···외신 때문? 석연치않은 해명

    (사진=자료사진)

     

    "대단히 악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입니다"

    청와대는 2일 가나 해역에서 우리 국민 3명이 피랍된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가나 해역에 청해부대를 급파한 것을 '홍보'하기 위해 앞서 외교부와 외교부 출입 기자단 간 설정돼 있던 피랍 사실 엠바고(보도유예)를 깼다는 비판에 "악의적"이라는 단호한 표현을 써가며 부인했다.

    우리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엠바고를 설정했지만, 현지에서 이미 기사가 나왔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설명이다.

    피랍 국민들의 생명이 위험해진다면 비판의 화살은 가장 먼저 정부를 향할 수 밖에 없으니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또 정부의 의도 자체를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한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도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번 피랍 사태에 대한 청와대와 외교부의 대응이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춰봤을 때 석연치 않은 부분이 큰 것만은 분명하다.

    해외에서 무장단체나 정치세력, 강도에 의해 우리 국민이나 국적 선박이 납치되는 불행한 사건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그 때마다 외교부는 기자단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엠바고를 요청해 왔다.

    납치 세력이 국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을 몸값 협상이나 인질 석방 협상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기자들도 국민의 알 권리보다 피랍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판단 아래 구출이 완료된 이후 보도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수락해 엠바고를 지켜왔다.

    이같은 관례는 지난달 27일 외교부가 가나 해역에서 가나 해역에서 우리 국민 3명이 피랍됐다는 사실을 먼저 공개하며 엠바고를 요청해올 때까지만 해도 문제없이 지켜졌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저녁 6시 30분쯤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갑자기 엠바고를 해제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교부는 엠바고 해제 통보 이유로 ①관련 외신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점 ②현재 (사건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란 점 ③피랍자 가족들과도 협의했다는 점을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도 "납치된 분들의 신변 보호가 최우선이라 엠바고를 걸었는데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해제한 것으로, 유괴·납치 사건도 보도되면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외신 보도가 나오더라도' 국내 여론을 고려해 엠바고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상정하고 엠바고를 요청했던 것은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정부가 엠바고 해제를 통보해올 때까지 가나 현지언론과 미국 매체에서 나온 관련 외신 보도는 불과 10여건에 불과해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것을 떠나서 중요한 것은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을 우리 국민들의 생사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피랍된 우리 국민들의 생사여부나 소재, 납치 세력의 정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엠바고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달려온 외교부 당국자의 해명은 "(피랍사실을) 공개했을 경우에 대한 장단점을 고심한 끝에 공개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피랍세력이 정체가 무엇인지, 얼마를 어떻게 요구할지, 몸값 협상을 시도하기는 할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대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장점과 단점을 판단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당국자는 청해부대 파견으로 납치세력이 압박감을 느낄 것도 일부 고려했다고 말했지만, 납치세력이 압박감을 느껴 인질이 된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나 최악을 상정하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정부로서는 경솔한 결정이었다. 정부가 그저 악의적 보도라며 불쾌감만 표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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