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갑질 당사자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좌)과 물벼락 갑질 당사자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우)
'물벼락 갑질'의 주인공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대기발령 됐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조 전무가 다시 업무에 복귀 할 것이라는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언니' 때문이다.
조 전무의 언니 조현아는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및 한진그룹 계열사 모든 업무에서 사퇴했었다. 하지만 최근 구렁이 담 넘듯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 겸 호텔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조 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 직후 대한항공 '내부'의 '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외부' 다른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 등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꼼수'였던 셈이다.
결국 다시 여론은 들끓었고, 그로 인해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대한항공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는 물론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서도 사퇴했었다.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12월 12일 오후 서울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 출석하며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당시 조 사장은 구치소에서 재판부에 제출하는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로 인한 상처가 빨리 낫기를 소망한다. 어떡해야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 사장은 2015년 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5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아 구치소를 나왔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그는 2016년 4월부터 주 1회씩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이 봉사활동 소식마저 자취를 감췄다.
보육원 측은 조 사장의 현재 봉사활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조 사장의 봉사활동이 끝났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봉사활동 종료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만약 대법원 선고 후 봉사를 그만 뒀다면 일주일에 한번씩 해 오던 봉사활동이 '선고용'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조 사장이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경영에 복귀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3년 4개월전 그의 아버지가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고 했던 약속도 깨졌다.
2015년 1월 30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증인 자격으로 서울지방법원에 출석해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그 3년 4개월간만이라도 한진그룹 일가의 반성은 유지됐던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도 않았던 거 같다.
대한항공 본사 6층에서는 그 기간 동안 조현아 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무의 안하무인적 태도가 반복돼 왔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땅콩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섰다.
그는 "항공사 재벌들의 갑질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다른 계열사 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피해자인 나는 아직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한항공 3세 갑질 비행(非行) 처벌 촉구 정의당 심상정-전국공공운수노조 공동기자회견 중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 기자회견에서 "조현아가 제대로 처벌됐다면 조현민의 갑질은 없었을 것이다"며 "경영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조씨 일가는 당장 대한항공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사장으로 복귀한 조현아가 조현민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박창진이 다른 피해자의 미래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