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북미 양국이 각각 긴장도 높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3국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주요 주변국들의 동조로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한반도 평화 무드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한반도 문제의 직간접적 당사국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한중일 3국의 지지가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북미에 일종의 압박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고 판문점 선언 지지 3국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특별성명에는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공동 목표로 확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 합의된 ‘한반도 평화, 번영 및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평가하고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미정상회담 등 관련 당사국들의 추가 노력들이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해 당사국들의 우려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내용과,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3국의 공동 이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3국 정상이 특별 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CVID나 PVID 등 북한을 압박하는 식의 비핵화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는 특별성명 추진 당시부터 이번 특별성명은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선언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핵화 방안이 담길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는 완전한 비핵화와 CVID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특별성명 채택을 추진해왔다. 일본과 중국이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뜻을 밝혀온 바 있지만, 이를 보다 공식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북미간 중재라는 역할을 해야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 주요 주변국들의 지지가 필요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성명 추진과 함께 줄곧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동북아' 평화로 확대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는 북일관계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회의 이후 3국 공동언론발표문에서는 "우리가 힘과 뜻을 모으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의 일이 아닌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도 맞는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북미 대화의 당사국은 아니더라도 한반도의 주요 주변국인만큼, 이로써 일단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생화학 무기 폐기까지 거론하는 등 허들(장애물)을 높이고 있고 북한도 이에 대해 언짢은 기색을 보이는 등 신경전이 오가는 가운데, 한중일 3국 특별성명이 지나친 신경전을 톤다운시키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의 양자회담의 경우는 보다 선명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는 등 최근 들어 북중간 긴밀한 관계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 현지 브리핑을 가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양국 정상은 북한에 대해 일방적 요구한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도 강조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