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차기 대법관 후보 가운데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에게 단연 눈길이 쏠린다.
판·검사 경력이 없는 순수 변호사이면서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법개혁 과제를 풀어야 하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보조를 맞출 적임자로 꼽히기 때문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2015년부터 대법관 후보자 천거명단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명단에 수차례 이름을 올렸지만, 제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직 국회 동의 절차와 문 대통령 임명 절차가 남아있지만, 이번에는 대법관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는 변호사로 30여 년간 활동하면서 노동자 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앞서온 노동법 전문가로 불리면서 사법개혁에도 깊이 관여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으로 일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와 국민참여재판 도입과 공판 중심 재판제도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강화, 노동법원 도입, 징벌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가 주장한 이런 내용은 여전히 법조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08년 8월 자신이 참여한 사법개혁 작업을 정리해 '사법개혁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1990년 9월 화가 홍성담 국가보안법 사건을 변론하면서 변호사 접견을 금지한 상태에서 시행된 검사의 피고인신문 증거능력을 부정시키고 무죄 취지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이끌었다.
이 판결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권리로 끌어올리고 위법수집증거배제 법칙의 채택을 시사해 형사소송 절차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김 후보자의 경력을 고려하면 김 대법원장이 단지 1명의 대법관 후보만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를 인적·물적 조직으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와 분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행정처에서 상시 근무하는 판사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고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도 폐지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런 이유로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급진적인 개혁을 김 후보자가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김 대법원장과 함께 사법행정을 손볼 것이라는 추측이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청문회 등을 앞두고 있어 섣부른 얘기일 수 있지만, 김선수 후보자가 대법관이 된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대적인 사법개혁에 나설 때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에 법원행정처장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김 대법원장이 진보적 성향이 강한 김 후보자를 차기 대법관으로 택하면서 사법개혁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인사청문회 등 국회 동의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임명제청되자 "대법관 코드 인사를 중단하라"며 임명제청 철회를 주장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노무현 정부 시절 활동한 특정 정치편향성과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심판에서 통합진보당을 변호해 대법관 자격을 문제 삼았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은 필요하지만 대법관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는 데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오는 8월 2일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을 문 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