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당국이 시위 중인 여학생을 잡아가 강간하고 살해했다는 글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자신을 방글라데시에 사는 한국인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지난 29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과속 버스 사고 이후 시위가 격해졌고 정부 당국이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에는 "여학생 4명이 강간 후 살해당했고 남학생은 눈이 뽑히고 손가락이 잘렸다. 강간당한 여학생 시신이 바닥에 버려졌고 그 동생과 오빠, 연인이 울다 쓰러지는 영상까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모바일) 데이터도 다 차단당했고, 기사도 하나도 나가지 않고, 외국과의 전화 수신도 막혔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 과연 사실일까?
SNS에 퍼지고 있는 방글라데시 시위 진압 관련 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BBC와 AFP, AP, 데일리 스타 등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외신이 있지만 글쓴이가 묘사한 강간, 살해 등 충격적인 진압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방글라데시 지역 언론인 다카 트리뷴 역시 집회의 시작부터 꾸준히 그 경과에 대해서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SNS에서 언급된 내용은 없다.
주 방글라데시 한국대사관 측은 "SNS의 글은 전혀 확인된 바가 없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한 일로 시위가 시작됐는데, 만일 저런 일까지 발생했다면 더 큰 시위로 이어졌을 것이다"며 해당 글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 방글라데시 한인회도 같은 입장이었다. 한인회 측은 "기존에 평화 시위에 정치색을 띄는 집단이 개입하면서 퍼트린 헛소문이라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SNS에 떠도는 루머를 일축했다.
방글라데시 한인회에 올라온 주방글라데시 한국 대사관의 신변안전 공지 글 (사진 = 주방글라데시 한인회 홈페이지 캡처)
데이터와 유선인터넷을 막고 있고, 관련 보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낮다.
주방 대사관 측은 "실제로 모바일 인터넷을 낮부터 저녁까지 하루 정도 차단한 것은 맞으나,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해제했을 뿐 일반 유선 인터넷은 그때도 가능했다"고 전했다.
만약 글쓴이의 주장대로 데이터와 유선인터넷이 차단되고 있다면 지역 언론이나 외신의 보도가 나올 수 없어야 된다.
하지만 지역 언론인 다카 트리뷴은 거의 매일 관련 기사를 보도했고, BBC나 데일리스타를 비롯한 여러 외신도 관련 기사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용자의 SNS를 검색해도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페이스북 등 SNS에 올라와 있는 방글라데시 시위 장면 (페이스북 영상 캡처)
반면 시위가 발생했고 당국이 폭력적인 진압방식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다.
방글라데시 지역 언론인 다카 트리뷴에 따르면 7월 29일 공항도로에서 손님을 태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질주하던 버스 2대가 기다리던 사람들 치었고, 2명이 현장에서 사망했고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집회가 이어졌고 중고등학생 위주의 집회가 8월 3일 이후 대학생까지 참여하는 것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친정부성향의 대학생 집단인 방글라데시 치하트라 연맹(BCL)과 경찰이 함께 섞여 시위대와 대치했고 폭력적인 진압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5일 AFP는 경찰이 시위대에게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보도했고 데일리 스타는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가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영상에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나, 시위대에게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모습, 진압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고무탄 탄피 등이 담겨있다.
정부의 폭력진압에 대해서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사면위원회는 학생들의 평화시위에 대한 과도한 폭력 진압 중단을 촉구했으며, 유엔 역시 방글라데시 정부에 진정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