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와대가 25일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미 2자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와 중국,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며 "북미가 종전선언을 하면 실효적인 의미가 달성된다는 취지의 말씀을 제가 드린 적이 있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이 이날 언급한 북미간 종전선언은 그간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이서 주목된다.
앞서 이달초 청와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미중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왔을 때, 이를 계기로 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당시 청와대 안보실 안팎에서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됐던 종전선언의 단계가 지나버렸다는 인식이 대다수였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큰 목표는 종전선언이 아닌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마무리되는데, 그 과정에 비핵화가 필수이고 이 비핵화의 문을 여는 '입구'가 종전선언 개념이었다는 것.
그런데 북미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마련을 위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돌입한 이상, '입구' 성격으로서의 종전선언을 논의하기에는 북미간 비핵화 논의가 이미 많이 진전됐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의 인식과 달리 김 대변인이 이날 북미간 2자 종전선언에 대해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하노이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무게감 있는 종전선언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런 흐름의 배경에 최근 한미 실무진간 의견 조율이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전화통화에서 남북경협을 미 상응조치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한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 종전선언 개념을 다시 한 번 꺼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을 공식 폐기한 북한은 비핵화 이후 체제안전 보장을 강력히 원했는데 북한의 이런 입장이 최근 우리측에 재차 강조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비건 대표가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 담판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가 북한이 플루토늄 등 농축 시설을 폐기하면 미국의 상응조치 중 하나로 종전선언을 이미 염두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