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하양 소속 노동자 50여명은 23일 조선업 채용박람회가 열린 동구청을 찾아가 박람회 중단과 원청의 임금체불 해결을 촉구했다.(사진=반웅규 기자)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선시공 후계약'이라는 갑질행위를 일삼다 결국, 곪아 터져버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했던 협력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삭감된 공사대금을 받아왔는데 빚더미에 폐업까지 몰리고 있다는 거다.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선박 블록의 마지막 공정인 건조작업을 한 주식회사 하양.
하양은 그동안 서면계약 없이 작업을 해오면서 매월 직원 100여명의 임금을 맞춰 줄 수 없을 정도의 공사대금 즉, 기성금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들어간 비용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삭감된 기성금이었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최소한의 임금조차 못 받을까봐 서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양 측은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누적되면서 하양이 지금까지 입은 손실은 임금체불 4억5000만원, 4대보험 체납액 1억1000만원 등 8억원.
여기에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와 상생을 위한다며 지원해 준 1억5700만원까지 더해져 빚은 9억5700만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중공업 상생지원금은 협력업체에서 임금 체불로 작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10개월 상환조건으로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하양 대표 곽성환(45)씨는 "실제 공사에 드는 비용을 따져 이 대금에 맞춰 제대로 계약을 맺자고 제안하면 현대중공업에서 대번 나가라고 한다"며 "수 십억 임금체불과 체납액을 떠안고 있는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하양 소속 노동자 50여명이 23일 울산 동구청내 채용박람회장 입구 앞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사진=반웅규 기자)
현대중공업 갑질 철폐 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현대중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양과 같이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는 협력업체가 8곳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6곳은 현대중공업의 상생지원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하양 등 2곳은 체불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약해지를 통보 받은 상태다.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이 턱없이 낮은 공사대금으로 협력업체들을 임금체불에 시달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계약해지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하양 소속 노동자 50여명은 이날 조선업 채용박람회가 열린 동구청을 찾아가 박람회 중단과 원청의 임금체불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채용박람회장 입구 바닥에 누워 지금의 상황에서 박람회를 연 송철호 울산시장과 정천석 동구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성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그동안 피, 땀 흘려 일했지만 받지 못하고 있는 임금을 달라는 것 뿐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채용박람회를 한다는 것은 이들을 무시하고 나쁜 일자리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해당 협력업체들과 도급계약을 맺고, 처리된 물량에 따라 매월 기성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공사대금 전액을 지급하는 구조임에도 협력업체들이 인력 운영 등 경영을 제대로 못해 비용이 늘어난 책임을 원청에 돌리고 있다고 현대중공업 측은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