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씨. (사진=자료사진)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사건 보도가 연달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초점이 '조현병'에만 맞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 칠곡 정신병원 살인사건 등에서 모두 조현병 환자들이 피의자로 지목됐다.
진주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 안인득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2년 9개월 동안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파트 위층에 거주하는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A군 역시 10대 조현병 환자였고, 칠곡 정신병원에서는 조현병 환자 B씨가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처럼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살인사건 피의자라는데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이어지면서 실제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에 대한 편견과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성급한 일반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26일 CBS노컷뉴스에 "정신질환은 상당히 그 범위가 넓다. 그런데 극단적인 범죄 행위만이 보도되고 있으니 조현병 환자는 다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이 생겨 실제 환자들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실 이미 한국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정신과를 가는 것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조현병에 대한 기피와 혐오가 생길수록 더 치료를 위해 병원 가기를 꺼리게 되고 그러면 또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살인사건의 1차적 원인을 조현병 환자 개인의 질병에 따른 책임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곽 교수는 "정신질환도 일반 질병처럼 이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예방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이 정도의 극단적인 상태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된 환자들이 많다 보니 결국 개인 질병이 사회 범죄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 매체들에도 조현병 환자에 낙인을 찍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도를 통해 조현병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만들면 안된다. 이를 자꾸 강조한 보도가 나오면 그들을 사회 공동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리하려는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 공동체 밖에서 방치되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