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법안을 앞둔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와의 유착 의혹이 수사기관들의 운명을 결정할 조짐이다.
지난해 '버닝썬' 사건으로부터 불거진 경찰의 수사 유착 의혹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지속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의 마약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유착 의혹이 강남 일부 클럽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연예계 권력으로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유착 대상으로 지목된 YG가 한류를 선도하는 국내 3대 가요 기획사였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공익신고자로 알려진 한서희씨의 법률대리인 방정현 변호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16년 마약 수사 당시 경찰이 한씨에게 먼저 비아이를 언급했고 채증까지 했지만 신문 조서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고 알렸다.
뿐만 아니다. 2017년 가수 탑(본명 최승현)과 한씨의 마약 혐의를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의 사건 처리 과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은 한씨에게 바이이 관련 질문을 했지만 추가 수사는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한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마약 거래 및 투약에 비아이가 연루된 것을 알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은 것이 된다.
2016년 한씨를 조사했던 A 경위는 검찰에 공을 넘겼다. 한씨가 3차 조사에서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와 진술을 번복했고, 별도로 비아이를 수사할 방침이었지만 갑자기 수원지검에서 사건을 넘기라고 지시해 수사보고서에 비아이 마약 혐의를 기재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에서는 이들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내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사건에는 잠잠했던 검찰도 이번 유착 의혹은 피해갈 수 없었다.
초반에는 "사건 송치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A 경위의 주장을 강경하게 부인했지만 이제 "확인을 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설상가상, 당시 YG 소속 아티스트였던 승리의 마약 투약 의혹도 자체적으로 수사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찰 측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검찰이 피의자였던 한씨로부터 '비중있는 YG 연예인들'에 대한 마약 투약 단서를 얻으려고 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그렇게 YG 연예인들의 마약 의혹에 집중했으면서도 검찰이 비아이 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비중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유착에 따른 부실 수사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검찰과 경찰은 서로 잘못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자연스레 국민들도 두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YG를 향한 국민들의 공분이 커지는 만큼, 유착 정황이 보이는 수사기관들도 그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네티즌(@pear****)은 "비아이 마약 건을 검찰이 뭉갠 것 아니냐. 검찰이 이러고도 개혁을 반대하고 경찰 수사권 독립을 막으려고 하나. 공수처는 필수다. 대체 YG엔터테인먼트와 무슨 유착이 있었던 거냐"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ADOR****)은 "'버닝썬', 승리, YG 양현석 사건들을 보면 경찰과 유착된 정황이 대충 봐도 느껴진다. 그런 경찰에게 수사권과 사법권을 준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차려주는 일 아니냐"라고 우려를 전했다.
특히 '버닝썬' 사건처럼 수사기관들이 자체적인 유착 의혹을 밝혀내는데 실패한다면 자정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권영국 인권 변호사는 "아직도 우리는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들의 범죄행위와 부정부패를 견제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며 "'버닝썬', 김학의, YG 사건 등으로 그런 필요성은 점차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오랫동안 체질화 된 내부 체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내부 비리나 유착 문제를 밝혀내는 것이 어렵다. 그걸 바꿔내야 한다. 두 수사기관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