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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주 데이트 폭력' 진실은?…CCTV 보니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⑦
    부실·편파·강압수사로 점철된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
    피의자로 몰린 20대 청년 1심에서 대부분 무죄 판결
    경찰, CCTV도 확보 않고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
    광주 데이트 폭력 경찰, 검찰, 언론은 왜 외면했나

    ■ 방송 : 광주 CBS 유튜브 채널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 촬영 : 한세민 영상기자
    ■ 기술 : 정창원 엔지니어
    ■ 진행 : 정정섭 아나운서
    ■ 참여 : 조시영·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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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섭 >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광주전남 지역의 핫 이슈를 깊숙이 들여다보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보는 시간.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유튜브 시청자 여러분 구독하기, 좋아요 잊지 마시구요. 조 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 조시영 > 최근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건이죠.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

    ◇ 정정섭 >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한 그 사건.

    ◆ 조시영 > 오늘은 제가 감명 깊게 본 영화의 대사로 시작하겠습니다.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겁니다."

    ◇ 정정섭 > 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영화 배심원들에서 나오는 대사고만요.

    ◆ 조시영 > 네. 국민 참여 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배심원들'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형사 절차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 원리에는 적법 절차의 원칙과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는데요.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는 이게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사진=CCTV 동영상 캡처)

     

    ◇ 정정섭 > 포털사이트를 통해 노컷뉴스를 구독하고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사건 개요를 설명해주시죠.

    ◆ 조시영 >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의 30대 피의자는 긴급체포 이후 구속 기소돼 재판부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까지 8개월 간 죄인 취급을 당하며 옥살이를 했습니다. 피의자는 지난해 10월 28일 새벽 광주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여자친구를 3시간에 걸쳐 감금·폭행했다는 혐의 등으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검찰은 감금, 유사강간, 상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해 징역 4년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유사강간과 상해, 감금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며 피고인을 석방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를 인정했고, 검찰과 피의자 측 모두 항소장을 제출해 현재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 정정섭 > 수사기관이 적용한 혐의가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인가요? 데이트 폭력 피의자라. 뭔가 나쁜 짓을 했으니까 구속된 거 아니겠어요?

    ◆ 조시영 > 이번 취재 과정에서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데이트 폭력 사건에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있지만, 당연히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하지만 범죄 행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피해자 보호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성범죄라는 게 피해자의 말에 의존해서 수사할 수밖에 없지만 현장 CCTV 확인 등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수사의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기본을 무시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경의 부끄러운 민낯을 지적한 사법부의 판단은 이미 8개월 전 예견돼 있었습니다.

    ◇ 정정섭 > 예견된 것이라? 수사 착수 시점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 조시영 > 저는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피의자와 피해자 어느 누구 편에 치우쳐서 취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미흡했던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취재해 보도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은 경청하지 않고, 피의자가 나쁜 놈이라는 말만 줄곧 반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사가 착수된 시점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겁니다.

    ◇ 정정섭 > 저도 사건 관련 영상을 봤는데,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많더군요

    ◆ 조시영 > 수사관들이 피의자 진술 청취를 할 때 윗선에서 준 메모지를 건네며 '이대로 써. 답 엎어진다' 라고 말한 게 대표적인 거지요. 이런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진술녹화실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또 피의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사건 현장의 CCTV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시간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늘어놨고 이후에는 피의자가 구속된 이후 현장 CCTV를 구해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기술감독이 편집할 때 CCTV 영상 아래에 띄워주실 것 같은데요. 여러분이 한번 보시고 판단해주세요.

    CCTV 확보는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 수사의 알파와 오메가인데, CCTV 확보 요청을 묵살한 경찰이 과연 제대로 된 경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정정섭 > 식당에서 여성이 도리어 남성을 폭행한 영상도 있었지요?

    ◆ 조시영 > 취재진이 확인한 CCTV에는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오히려 남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또렷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들의 동선과 상황을 시시각각 보여주는 CCTV는 웅변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의 부실수사, 편파수사, 강압수사, 윗선 개입 의혹을 말입니다.

    ◇ 정정섭 > 사건 현장 상황과 피해자 진술이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나온거잖아요?

    ◆ 조시영 > 경찰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피해자 직접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체적 진실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무시된 '인권', '적법 절차'는 피의자든 피해자든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은 분명합니다.

    ◇ 정정섭 > 그렇다면 경찰은 왜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 조시영 > 그 이면에는 폭언과 폭행에 무감각한 수사관행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피해 여성의 아버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딱 보니까 주거지도 불분명한 것 같고, 피해자는 아버지가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라 신원이 확실하잖아요.

    경찰은 피해 여성의 아버지가 고령이라 현재 경찰들과 친분이 없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안팎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가 이번 사건을 맡은 일부 경찰의 스폰서라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보입니다.

    ◇ 정정섭 > 피의자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언론에 제보도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 조시영 > 피의자 가족이 저를 만나자 마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많은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데이트 폭행범'이라는 단어에서 모두 고개를 돌렸다구요. 경찰도, 검찰도, 언론도 피의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물론 피의자의 입장을 경청해주는 수사, 취재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대통령이 악성범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을 주문한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 말입니다.

    실제 대학교수와 베테랑 형사 등 전문가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지난해 대통령께서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강력 대응을 주문한 이후 데이트 폭력 사건이 본 청장한테 직접 보고되는 체계로 전환됐다고 합니다. 이 체계가 오히려 부실수사를 유발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섭이 형님, 상부에 대한 보고라고 하니 뭐가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 정정섭 > 가슴 아팠던 그 사건, 세월호가 떠오르네요.

    ◆ 조시영 > 실제 취재과정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건을 예를 들어서 설명했습니다. 상부에 대한 보고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수사과정에서 일부 미진한 점이 있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긴급체포 이후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상반되고 피해자 진술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음에도 구속영장 신청, 기소의견 송치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던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 정정섭 > 아까 피의자 가족이 다수의 언론에 제보했다고 하는데 뭐 우리는 연속 보도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 중앙 언론인 MBC 실화탐사대가 보도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왜 다수의 지역 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은 건가요?

    ◆ 조시영 > 피해자 입장이 아닌 피의자 입장에서 기사를 쓰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피의자와 피해자 간에 얽히고 설킨 사건이어서 언론중재위 제소와 각종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에 어떤 언론도 선뜻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담당 수사관부터 팀장-서장-검찰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수사에 대해 사건의 진실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기자를 경찰은 '애송이' 취급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모든 언론사가 침묵하는데 왜 CBS만 의심하느냐'였습니다.

    ◇ 정정섭 > 제가 조 기자 기사 포털 댓글 보다 보니까 그런 댓글이 있었어요. 피해자는 경찰 가족이고 피의자는 기자 가족이냐? 조 기자 가족 아닌가요?

    ◆ 조시영 > 누가 그런 질문을 하더라구요. 가족이냐. 아닙니다. 또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왜 피의자 입장에서 그렇게 기사를 쓰냐. 아닙니다.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 그런 부분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 것뿐입니다. 취재를 이어가면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만 바라보자고 다짐한 적이 많습니다.

    ◇ 정정섭 > 그러면 이 사건은 이후에 어떤 과정을 밟는가요?

    ◆ 조시영 > 일단 검찰과, 피의자 측 양쪽 모두 항소를 해서 곧 있으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재판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이 계속되겠죠. 이와는 별개로 경찰의 가혹행위, 교도관의 독직폭행 등 여전히 밝혀져야 할 의혹이 남아 있습니다. 광주CBS 노컷뉴스도 관련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 침해 여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고, 경찰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보겠습니다.

    ◇ 정정섭 > 8개월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청년.

    경찰 수사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은 수 만 명의 독자들이 보고 비판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오늘 정조박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인사드리려고 합니다.

    언론은 무조건 받아쓰지 말고 형사는 처음부터 단정 짓지 말자!

    ◆ 조시영 > 일선 경찰 여러분 고생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많은 경험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시지요. 하지만 선입견은 안됩니다.

    ◇ 정정섭 > 단정 짓는 것은 더욱 더요. 이상 정조박의 노컷 인사이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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