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서울 중구 청계광장 인근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한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다시 천막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광화문광장 인근 곳곳에다 천막을 치고 빠지기를 거듭하고 있다.
천막을 강제 철거하기 위해 계고장을 보내고 철거요건을 갖추기가 무섭게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반복하는데다 때로는 천막을 자진철거, 명분을 취하는 전략도 구사하며 서울시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18일 밤 10시 광화문 4거리 부근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 인도에 천막 3개를 쳤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을 피하기 위해 광화문에 쳤던 천막을 자진철거한 지 하루를 조금 넘긴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공화당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하루 이틀 내로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천막을 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다수의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부산궐기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하루이틀 사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이 다시 설치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서울시가 천막을 강제 철거했던 지난달 25일에는 철거가 종료된 직후 뒷 정리도 끝나기 전에 광화문광장에 다시 천막을 쳤다.
그러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 직전인 지난달 28일에는 자진해서 광화문 천막을 청계광장 한켠으로 옮겼다. 외국 대통령 경호상 발생할 지도 모를 문제점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우리공화당은 이를 계기로 일정한 '명분과 실리'도 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떠나자 청계광장의 천막을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로 옮겼다가 지난 6일 광화문광장 KT지사 앞에 천막을 재설치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서울시가 2천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2차 행정대집행에 나서자 우리공화당은 강제철거 작전 개시 30분전 천막을 자진철거했다. 당시 조원진 공동대표는 "(서울시가) 행정대집행할 천막이 없어졌다, 행정대집행이 무력화된 것이다"고 서울시의 행정집행을 비웃었다.
이 정도면 서울시가 행정력을 동원해 불법 천막을 단속한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계고장 발송과 인력동원 등 강제대집행 준비에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우리공화당은 단 20분만에 천막을 몇동이고 칠 수가 있다.
서울시가 부과할 수 있는 '불법 천막 과태료'는 1일 3~4만원, 시에 따르면 1㎡당 사용료는 주간 10원, 야간 13원이고 불법 점유변상금은 여기에 20%를 가산한 금액에 불과하다.
지난 5월 10일 천막 설치 이후 70일이 지났지만 과태료 총액은 미미한 액수에 그쳐 과태료를 매겨봤자 눈도 깜짝하지 않을 정도인 그야말로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러니 서울의 얼굴이자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은 우리공화당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광화문광장→청계광장→세종문화회관→광화문광장→파이낸스빌딩 앞으로 종횡무진 내달아도 그칠 것이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공화당 불법 천막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하지만 이 지시가 우리공화당에 까지 먹혀들 리가 없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과태료를 상향조정해 대응하는데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꺼번에 (사용료를)많이 올릴 경우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는 다른 문화단체 등에도 연동 적용될 수 밖에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과 서울시 행정력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역부족을 느낀 서울시는 지난 5월10일 천막 설치후 2달쯤 지나 결국 법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우리공화당을 상대로 '점유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관할 서울남부지법은 오는 25일쯤 심리를 열어 인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것도 우리공화당의 연기요청에 의해 약 1주일 가량 늦춰진 것이다.
시는 천막 철거도 철거지만 우리공화당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할 경우 부과될 이행강제금(간접강제금)에 더 기대를 거는 눈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유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법원이 매길 이행강제금이 1일 300만원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공화당으로서도 이를 어기고 천막을 계속 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