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업체 및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 캡처)
차별화 전략을 위해 일본식 표현을 택했던 식품업계가 역풍을 맞았다. 소비자들은 일부 제품들이 고유명사 차원을 넘어서 우리말로 표현이 가능한 단어들도 일본어를 사용했다며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가쓰오 우동' 시리즈는 '미역'의 일본어인 '와카메', '매운, 얼큰한'의 일본어인 '카라이', '튀김'의 일본어인 '덴푸라'를 대표 제품명으로 내놓았다. 현재도 이들 제품은 전국 온라인 쇼핑몰, 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제품 전면에 작게 한국어 번역이 적혀 있지만 소비자들은 "우리말로 얼마든지 표기 가능한데 일본말을 대표 명칭으로 내세웠다"며 비판했다.
지난 6월 선보인 새로운 '고메' 시리즈 역시 '돈가스'의 일본어 발음인 '돈카츠'를 사용해 출시됐다.
국내에 일본 식문화가 친숙하게 자리잡으면서 즉석조리식품업계에는 이와 유사한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풀무원과 동원 모두 '카라이'라는 수식어를 이용해 매운맛을 표현했고, 특히 풀무원의 경우 '전골' 대신 '나베'라는 명칭을 단 제품들을 여러 종류 출시해 판매 중이다.
(사진=각 업체 제공)
편의점 업체인 CU는 일본식 달걀 샌드위치와 일본식 돈까스 샌드위치를 각기 '타마고산도', '가츠산도' 등으로 표기했다. CU에서 판매되는 이가자연면의 크림우동 역시 제품의 식감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일본어 '모찌모찌'를 선택했다.
일본어와 병행표기해 수입된 제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돌코리아가 출시한 '푸루푸루구미' 시리즈는 일본어 표기를 그대로 두고 바로 아래에 한국어 발음을 적었다.
일본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불매운동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현지맛의 재현을 강조하려 이 같은 일본어를 사용했더라도 소비자들의 반감이 상당하다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한 네티즌은 "익숙하게 쓰이는 일본어도 아닌데 굳이 상품명에 넣어야 할 이유가 있나. 뜻이 몰라서 사지도 못할 것 같지만 이제 안 먹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몇년 사이 일본식 식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어 사용이 남발되고 있었던 것 같다. 대중 소비 트렌드에 맞춰서 내놓은 결과이니 이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본다"라고 예측했다.
불매운동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상품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일본어 등 외국어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업체에서 상품의 고유명사를 외국어로 만들면 소비자들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은 의미를 알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상품인지 대다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미 국내에 정착된 '스시' 역시 '초밥'이라는 우리말을 써도 의미가 잘 전달된다. 대체 가능한 우리말이 있다면 외국어를 과도하게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