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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파괴가 불편한 이유는? 한국 서열문화의 명과 암"

사회 일반

    "기수파괴가 불편한 이유는? 한국 서열문화의 명과 암"

    윤석열 기수파괴? 수십 년 관행에 안 맞는 상황
    선배 기수, 사퇴 외의 진로는 가이드라인도 없어
    법조계, 여전히 기수에 따른 서열문화 강한 편
    아이돌 그룹의 선후배 문화도 엄청나게 엄격
    젊은 세대는 다르다? 대학에도 소위 '똥군기' 만연
    서열문화, 빠르고 효율적인 관계 설정은 장점
    일단 서열문화에 적응되면 편해지는 것은 사실
    유연하거나 창의적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해
    상명하복, 하급자 생각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나이와 기수가 차별기제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정소연 (변호사), 오지은 (가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시간입니다. 어제 취임한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되었을 때부터 기수 파괴 인사다 이런 평이 나오더니 기수 선배 검사들 줄사퇴 이어지고 있죠. 이런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선후배 문화, 서열 문화 그리고 그 복잡한 호칭 이런 문제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과 나이 든 세대 사이에 감각의 차이도 많을 텐데요. 오늘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SF 소설가이시기도 하죠. 정소연 변호사, 그리고 가수 오지은 씨 두 분 모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정소연> 안녕하세요.

    ◆ 오지은>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정 변호사, 지금 변호사 생활한 지 몇 년이죠?

    ◆ 정소연> 지금 8년차입니다.

    ◇ 정관용> 8년? 거기도 기수 문화 있죠?

    ◆ 정소연> 그럼요, 있죠.

    ◇ 정관용> 사법고시 출신이에요?

    ◆ 정소연> 아니요, 저는 변호사 시험 1회입니다.

    ◇ 정관용> 로스쿨 거쳐서 변시 1회. 그러면 변시 1회 이후에도 사시 몇 회처럼 이렇게 쭉 크게 있어요?

    ◆ 정소연> 시험을 쳐서 하니까 당연히 있고요. 단지 집합교육을 안 받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약간 더 희미한 느낌은 있어요. 아마 사회의 다른 부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 정관용> 그래도 일하다가 또 맞은편에 변호사 만나면 너 몇 기야 딱 그래요?

    ◆ 정소연> 아니요, 그렇게는 안 하죠. (웃음)

    ◇ 정관용> 옛날 선배들은 그랬다면서요. 대놓고는 안 해도 다 뒤로 쟤 몇 기야.

    ◆ 정소연> 그건 하죠.

    ◇ 정관용> 지금도 해요?

    ◆ 정소연> 예를 들면 식사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러면 법조사이트가 있거든요. 법조인명검색을 하면 나오니까 거기에서 몇 기인지를 보고 그다음에 어느 학교 나왔는지 어느 대학 나왔는지 보고.

    ◇ 정관용> 학교까지?

    ◆ 정소연> 그다음에 이제 대화를 한다든가 그걸 계속 검색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그래요.

    ◇ 정관용> 그렇죠? 똑같네요, 옛날하고. 법조계는 달라진 게 없네요. 가수 세계도 엄격해요?

    ◆ 오지은> 저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인데요. 기수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기수가 있다고 해도

    ◇ 정관용> 오지은 씨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에요? 몇 년도예요, 그게?

    ◆ 오지은> 저 2006년도에 동상 탔습니다.

    ◇ 정관용> 쉬운 말로 짬밥이 꽤 되시네요. (웃음)

    ◆ 오지은> 그렇습니다. (웃음) 그런데 저보다 짬이 더 있는 선배가 계시다고 해서 뛰어가서 인사를 한다든지 먼저 어떻게 한다든지 그런 건 없고요. 아무래도 음악하는 사람들은 특히 싱어송라이터들은 개별 프리랜서 같은 느낌이라 자기 길 자기가 개척하는 사람들이라 그런 무거운 분위기 같은 건 잘 없죠.

    ◇ 정관용> 그래요? 연예계에도 그 선후배 사이에 아주 깍듯하다고 하던데.

    ◆ 오지은> 연예계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게 음악방송 같은 걸 할 때 꼭 선배의 방에 가서 인사를 한다고 해요. 아이돌 사이의 선후배 문화가 엄청나게 엄격하고.

    ◇ 정관용> 일부는 화장실로 좀 와, 이런다면서요?

    ◆ 오지은> 그런 에피소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아이돌 팬덤의 응원법이라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노래 사이사이에 이제 반주가 나올 때 예를 들면 정.관.용 이런 식으로 외치는 거죠. 그걸 나이 순서대로.

    ◇ 정관용> 우윳빛깔 들어가고 막 그런 거.

    ◆ 오지은> 맞습니다. (웃음) ‘우윳빛깔 정.관.용’ 이런 걸 해줘야 하는데 거기에서 그걸 나이순으로 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 정관용> 나이순으로?

    ◆ 정소연> 제가 작년에 무슨 워크숍을 갔는데 신임 변호사들이 BTS 노래를 커버댄스를 했어요. 그런데 그걸 아이돌 응원법대로 해야 한다고 전부 다 모여서, 예를 들어 홍길동 변호사 나이 몇 살, 몇 살 A4용지에 이름 순서를 쭉 써서 그걸 보면서 응원을 했어요.

    ◆ 오지은> 나이순으로?

    ◆ 정소연> 네. (웃음)

    ◇ 정관용> 단도직입적으로, 요즘은 그런 각종의 서열 문화, 기수 문화 이런 게 신세대로 갈수록 조금 변화가 있나요. 없나요?

    ◆ 오지은> 오히려 젊은 세대한테 그런 게 없어졌을 것 같은데 더 강해진 성향도 있어요. 예를 들면 대학교 동아리에서 폭력적인 일이 벌어진다든지 고등학교 방송반에서 선배를 보자마자 90도로 인사하며 달려가야 한다든지 그런 에너지적으로 비합리적인 일들이 상당히 벌어지고 있죠.

    (자료=알바천국 제공)

     


    ◇ 정관용> 그래요?

    ◆ 정소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각자 속해있는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걸 수도 있는데 대학생 때 그런 걸 많이 못 느끼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소년사건 같은 거 할 때 오는 걸 보면 애들이 정말로 16살짜리한테 17살짜리가 뭘 시키고 17살짜리한테는 18살짜리가 뭘 시키고 이게 약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사건이 정리가 돼서 오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꼭 요즘 젊은 세대가 더 심해진 것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 정관용> 각자 경험의 차이도 있겠습니다마는 우리 사회 전체를 하나의 잣대로 딱 평가하기는 어렵네요, 이 대목에 있어서는.

    ◆ 오지은> 한 통계에서 대학교에서 선후배 사이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18%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 정소연> 제가 그 18%였군요. (웃음)

    ◇ 정관용> 그래요? 저 같은 경우는 50대 후반인데 고등학교 선후배는 엄격해요. 그런데 대학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였었거든요, 상대적으로.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대학에서 그렇게 한다면서요.

    ◆ 오지은> 대학으로 그게 올라온 분위기고 그래서 인터넷에 많이 떠도는 말 중에 좀 저렴한 말입니다마는 똥군기라는 말이 되게 많이 돌아요. 그럴 정도로 군기라는 말을 대학교에서 되게 평범하게 쓸 정도로 그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관계없이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 정관용> 그건 왜 그럴까요? 옛날 같으면 대학생만 돼도 거의 성인 취급을 했는데 요즘은 대학생이 돼도 여전히 어리기 때문일까요?

    ◆ 정소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대학교에 요즘 제가 갈 일이 있으면 느끼는 게 고등학교화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수님과 학생의 관계도 약간 고등학교 선생님같이 되고 교수님들도 학생들을 케어한다고 해야 되나요? 대학의 학생자치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정말 교육부장 선생님 있고 선도부장 선생님 있고 이런 느낌으로 좀 대학 분위기가 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어요.

    ◇ 정관용> 그런 게 있죠. 또 어떤 걸 느끼시나요?

    ◆ 오지은>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선배, 후배 이렇게 딱 역할이 정해져 버리면 끈끈한 소속감 같은 게 생기잖아요, 역할 같은 게 생기잖아요. 그렇게 하면서 한 집단에 소속된다는 느낌을 좀 강하게 느끼고 싶어서 그런 서열화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 정관용> 그런 건 장점입니까, 단점입니까?

    ◆ 오지은> 저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갑자기 오빠, 언니, 선배 이렇게 부르면 되게 다정한 마음이 들잖아요, 역할 같은 게 생기고. 그렇게 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 건 장점인데 단점은 그 친해지는 관계에 한계가 생긴다는 거죠.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다 보니까 그냥 선배한테 할 법한 얘기. 오빠, 언니한테 할 법한 얘기 아니면 동생한테 할 법한 얘기만 하게 되고 조금 더 유연한 관계가 되지 못하고 창의적인 관계가 되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정 변호사는요?

    ◆ 정소연> 제가 생각하기에 장점은 효율성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관계를 바로 딱 정리를 함으로서 평등한 관계일 때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그런 에너지가 싹 사라지고 단선적인 소통을 바로 가능하게 한다는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고 그거 외에는 저는 장점이 사실 과연 뭐가 있을까 잘 모르겠거든요.

    ◇ 정관용> 단점은요, 그러면?

    ◆ 정소연> 단점은 일단은 그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이겠죠. 아까 오지은 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어느 정도 한정된 얘기만 하게 된다는 거. 그리고 상명하복 문화, 서열 문화가 같이 가면서 특히 하급자가 더 맞는 말을 해도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든가 그런 것들, 직장갑질 119 상담하면서 정말 그런 걸 많이 보거든요. 그리고 나이라든가 기수라든가 이런 건 완전히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이것이 일종의 차별 기제로서 작동할 수도 있고.

    ◇ 정관용> 차별.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가 집단 전체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는 거. 이게 제일 큰 문제 아니겠어요?

    ◆ 오지은> 맞습니다.

    가수 오지은(왼쪽), 정소연 변호사(오른쪽)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 정관용> 두 분도 이런 얘기 혹시 들어봤어요? 다들 허심탄회하게 마음속에 있는 얘기 다 해 봐, 괜찮아. 이렇게 해놓고 (웃음) 누가 말을 딱 꺼내기 시작하면 째려본대요.

    ◆ 정소연> 그거 기수 순서대로 말해야 돼요, 허심탄회하게. (웃음)

    ◆ 오지은> 진짜요?

    ◇ 정관용> 허심탄회하게 기수 순서대로 해야 돼요? (웃음)

    ◆ 오지은> 유연한 분위기를 위해서 예를 들어서 IT 회사 같은 데에서 왜냐하면 영어 이름을 쓰게 한다든지 모두 님으로 호칭을 통일한다든지 그런 걸 했는데 결국은 그게 잘 안 되고 (데이빗이라고 부르라고 한 건데) 데이빗 전무님 그런 식으로 부르게 된다든가.

    ◇ 정관용> 그게 성공적으로 된 회사가 없대요?

    ◆ 오지은>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 정소연> 그게 호칭이 약간 서열관계가 있다 보니까 서열관계에서 선후배 이렇게 정리가 안 되면 가족 호칭이 되잖아요. 오빠, 언니 이렇게 되니까 이게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요. 딱 수직으로 서든가 아니면 유사 가족처럼 반말하고 보살피고 이런 가족 관계에 근접해지든가. 그런데 사회생활은, 사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잖아요. 우리가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실제로 일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그냥 조직들이 굴러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우리가 오늘 프로그램 시작할 때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 기수 파괴로 시작했잖아요. 그런 기사들을 읽으면서는 어떤 반응이 많나요?

    ◆ 오지은> 저희는 아무래도 뮤지션끼리이다 보니까 너무 이상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왜 멀쩡히 일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관둬야 해, 이런 생각도 들고 그것도 되게 인적 자원의 손실이고. 그래서 저희는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 정관용> 뮤지션 사이에서는 그렇군요. 8년 차 법조인은 어때요?

    ◆ 정소연> 제가 1년 차일 때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요. 법률 신문 이런 거 보면서 계속 그 뉴스가 나와요. 인사 이동할 때마다. 그러면 이게 도대체 뭔가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는 솔직히 이해가 돼요. 왜냐하면 계속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갑자기 기수가 뒤집힌다고 해야 될까요? 이렇게 해서 그 자리로 가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요.

    그러니까 기수상으로 더 위인 선배가 조직 내에서는 더 낮은 지위가 되면 이 사람을 어떻게 대우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사람한테 무슨 일을 맡겨야 되는가. 어느 지역으로 보낼 것인가 이런 게 너무 가이드라인이 없고 기수대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매뉴얼이 딱 있는 상태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기수가 조금 뒤집혀서 기수 파괴 이런 식으로 되면 이제 저분들 어디 가지? 다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시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웃음)

    ◇ 정관용> 한꺼번에 변호사 시장에 나오면 큰일 난다. 경쟁이 격화된다. (웃음)

    ◆ 정소연> 시장 파괴를 하시면 안 되는데.

    ◇ 정관용> 그런데 진짜 이런 건 안 바뀔까요, 앞으로?

    ◆ 정소연> 되게 어려운 것 같은 게 제가 처음에 법조인 딱 됐을 때는 너무 이상했어요.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건가. 왜냐하면 제가 극단적으로 이걸 느꼈던 게 딱 변호사 1년 차가 돼서 인권위원회에 들어갔는데 그때가 1월 달에 사법연수원 41기가 나오고 4월에 제가 변호사 시험 1기가 나왔었어요. 3개월 차이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같은 해에 나왔는데 3개월 차이가 나는데 이걸 그러면 동기 수로 봐야 하는가 같은 해로 쳐서, 아니면 41기가 선배고 변호사 시험 1기가 후배가 되는 것인가를 가지고 정말 엄청난 토론을 한 끝에, 제 쪽이 후배인 거예요. 그래서 둘러앉는데 자리가 모자라니까 저는 책상과 합쳐진 보조의자 거기에 앉아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제일 막 기수니까. 그래서 이럴 때는 이게 뭔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바뀌기가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 게 편해지는 게 느껴져요, 제가.

    ◇ 정관용> 그래요, 진짜?

    ◆ 정소연> 겨우 8년 차밖에 안 됐는데도 점점 편해지는 거예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정관용> 그 속에 들어가면 편해지더라, 오히려?

    ◆ 정소연> 규칙이 딱 정해져 있고 저도 누구를, 예를 들면 오지은 변호사님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아니면 누구는 오변 님 이렇게 불러도 되는지 이런 것들이 다 정해져 있으니까.

    ◇ 정관용> 누구는 변호사님으로 부르고 누구는 그냥 변님으로 불러요?

    ◆ 정소연> 그러니까 정석적으로는 처음 만났으면 당연히 오지은 변호사님 이렇게 할 텐데 얘기를 몇 번 해 봤다든가 조금 가깝다 생각하면 오변 님 이렇게 하면 제가 느끼기에는 OK예요. 그런데 반대로 저한테 3년 차 변호사님이 오셔서 정변님 이러면 제가 순간적으로 어? 뭐지 하고 생각하기는 할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래요?

    ◆ 정소연> 그러니까 제 쪽에서는 모두한테 오지은 변호사님으로 통일할 수가 있지만 듣는 입장에서 역으로 그렇게 오면 아, 싶기는 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규칙이 정해져 있고 적응되면 안락하니까 바꾸는 게 되게 어렵겠다 그런 생각을 좀 합니다.

    ◇ 정관용> 최근에 가수 겸 연기자 설리 씨 그분이 스물 몇 살 차이나는 대선배 연기자한테 무슨 씨 이렇게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잖아요.

    ◆ 오지은> 그랬죠.

    ◇ 정관용> 그거는 어떻게 보세요?

    ◆ 오지은> 저는 설리 씨가 굉장히 좋은 환기를 시켜줬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도 찾아봤어요. 왜냐하면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뮤지션들한테도 씨라고 호칭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고. 국립국어원에 씨 호칭을 찾아봤더니 같은 직급의 동료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라고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둘은 연기자 동료니까 제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또 기본적으로 청취자, 시청자를 가장 높여야 되거든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들끼리의 호칭은 씨 또는 직함으로 통일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요즘은 약간 호칭 인플레가 일어나서 무조건 선배님이라는 말을 붙인다든지 그런 식으로 카페에 가서도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런 말을 한다든지.

    ◇ 정관용> 그건 말이 안 되죠. 5000원이십니다 이런 거는 잘못된 표현이죠.

    ◆ 오지은> 그런데 그걸 잘못된 말인 것을 알면서도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이 5000원입니다라고 했을 때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는 게 문제죠.

    ◇ 정관용> 정말요?

    ◆ 오지은> 그래서 알고도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 정관용> 이거 오늘 결론을 어떻게 내려야 합니까? 두 분이 몸담고 있는 세계가 너무 달라서. 뮤지션계와 법조계.

    ◆ 오지은> 그런데 정소연 변호사님이랑 저랑 의견이 같은 게 있을 거예요. 저는 모든 호칭을, 거의 모든 호칭을 님으로 쓰면 좋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 정소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정관용> 선후배 관계없이?

    ◆ 오지은> 누구 님, 누구 님 이렇게. 그게 저는 씨가 같은 동료 또는 하대하는 말, 직급이 낮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라고 한다면 예를 들면 선배의 경우에는 누구 님 이렇게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하고.

    ◇ 정관용> 선배의 경우에 이름에다 그냥 님자만 붙인다고요? 직함 같은 거 안 붙이고?

    ◆ 오지은>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 정관용> 정 변호사님 이해가, 동의가 되세요?

    ◆ 정소연> 저는 사교생활에서는 그렇게 살고 있는데 선배 변호사님한테 님이라고만 하는 건 솔직히 상상할 수 없어요. (웃음)

    ◇ 정관용> 그것 봐요, 차이가 있다니까요. (웃음)

    ◆ 오지은> 그렇네요.

    ◆ 정소연> 저는 죽을 때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오늘은 결론 없이 끝냅시다.

    ◆ 오지은> 자유로운 인간 대표로 나왔습니다. (웃음)

    ◇ 정관용> 영역별로 너무 차이가 크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뭐라고 딱 잘라 규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제 느낌에서는 신세대, 젊은 세대, 수평 문화, 민주주의 확산과 함께 이런 서열 문화와 호칭 문화에서도 많은 변화들이 생겼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두 분 말씀 들어보니까 아닌 것 같네요.

    ◆ 오지은> 강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 정소연> 그게 규칙이 있으면 규칙에 사람이 편승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 정관용> 편승하면 순응하고 그 안에서 자기가 편해지다 보니 잘 안 바뀌더라.

    ◆ 정소연> 저만 해도 나는 그러면 누구누구 그러니까 오지은 변호사님 이렇게 내가 몇 년차 선배가 되어도 통일을 해야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후배가 점점 늘어나면 이름도 다 기억을 못하고 꼭 그렇게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런 걸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서열이잖아요. 후배는 틀리면 안 되지만 선배는 틀려도 되는 거. 그러니까 이름 뒤가 다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오 변호사님, 김 변호사님 이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그게 더 쉬우니까. 그래서 어렵네요.

    ◇ 정관용> (웃음) 여기까지만 수다 떱시다. 정소연 변호사, 가수 오지은 씨 수고하셨어요.

    ◆ 정소연> 감사합니다.

    ◆ 오지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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