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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진보 아이콘 조국이 드러낸 '기득권' 민낯

    [노컷 딥이슈] 도덕성보다는 기득권 대물림에 초점
    사회 공정과 정의 외쳤지만…실상은 "진보귀족"
    시민단체 "조국 후보자, 보수 기득권 추악함과 다를 게 없어"
    "'능력'으로 논란 돌파하려 하겠지만 신뢰 회복 어려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공직자 '도덕성'을 넘어 이제 '기득권' 논쟁이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례입학 의혹에서 시작됐다. '보수' 기득권의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은 10년 간 대통령을 배출해 낸 보수 정당을 결국 패배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은 보수 정당들은 좀처럼 예전과 같은 기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기쁨도 잠시, 불과 3년 만에 진보 진영에 위기가 닥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다. 청문회를 앞두고 딸 조모씨 학업에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강남 좌파'로 통칭되는 진보 엘리트 기득권층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조씨는 2008년 서울 한영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 SCIE급(국제학술지에 실릴 만한 전문성을 검증받은 논문) 영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의학계를 비롯한 다수 전문가들은 외고라고 해도 의학 교육을 받지 않은 고등학생이 2주 만에 교수들을 제치고 연구 전반을 주도해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까지 제기되자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씨가 지원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수학 또는 과학 분야의 실적 혹은 연구 활동 내역'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의 논문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간접적 해명이다.

    그러나 2010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을 보면 1단계에서 60% 반영되는 학생생활기록부(서류평가)는 비교과 내용뿐만 아니라 별도 제출한 모든 서류를 종합 평가하도록 돼있다. '별도 제출 서류'란 고등학교 과정 이후 취득한 학업성취도, 학업 외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상장이나 증명서 등이다. 만약 조씨가 제1저자 등재된 논문 이력을 제출했다면 얼마든지 평가에 반영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황제 장학금' 논란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조씨는 2015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이하 부산대 의전원) 입학 후, 성적 미달로 두 차례나 유급했지만 지도교수가 설립한 장학회에서 6학기 동안 1200만원의 장학금을 수령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대학원 장학금 '먹튀' 의혹까지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에 따르면 조씨는 2014년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해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 재단인 '관악회'로부터 2학기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조씨는 고려대 졸업생이었지만 서울대 추천을 받아 해당 장학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실제 '관악회' 홈페이지에 보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일반 장학금에 대해 '재단법인 관악회가 모교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 장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조씨는 장학금을 받은 지 4개월 만인 그 해 6월 부산대 의전원에 원서를 냈음에도 8월에 두 번째 장학금을 받아 서울대에 2학기 등록금을 냈다. 그러다가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다음 날인 10월 1일 질병 휴학원을 제출해 미등록 제적됐다.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10년 간 이어지는 조씨의 학업 과정은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을 떠오르게 한다. 대한민국 입시 실태를 풍자한 이 드라마 속 기득권 부모들은 '부'와 '명예'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대놓고 불법은 아니지만 법망을 요령있게 피하는 '편법적' 입시전략들이 난무한다.

    조국 후보자의 대학 선배인 신평 변호사는 조 후보자를 전형적인 '진보귀족'으로 정의하며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지만 기득권 세력과 비기득권 세력으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인다. 진보를 표방하며 기득권 세력으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의 행동에도 거침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좀처럼 실체화되지 않았던 '진보귀족'의 민낯이 비로소 조 후보자 논란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진영 구분 없이 민심이 들끓는 것은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던 조국 후보자 역시 기득권을 '대물림'하기 급급한 진보 엘리트에 지나지 않았다는 배신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다. 대놓고 불법이 아닌 '교묘한 편법'이기에 더욱 사회 제도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이번 일은 최순실 자녀인 정유라 입학 비리 사건만큼이나 파장이 크다. 지금 조국 후보자가 엘리트 기득권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편법과 꼼수로 자녀를 '용'으로 만든 것이 드러났고 이를 접한 일반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고 유린당했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이런 입시제도를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 경험했던 20대부터 40대까지 분노와 허탈감, 박탈감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국 후보자는 진보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다. 항상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앞장서서 주도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왔다. 진보의 멘토와도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그 실체를 검증해보니 그가 비판했던 세력의 추악함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진보 기득권의 민낯이 드러나니 원망과 실망이 쏟아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위 공직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유사한 논란은 종종 불거져왔다. 과거에 그랬듯이 후보자 '능력'을 내세워 논란을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그 효력은 미지수다.

    한양대학교 김성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직 후보자 검증에서 논란이 발생할 경우, 보통 해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능력'을 강조한다. 조국 후보자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을 할 인물은 그밖에 없다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국민들이 도덕성과 능력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그 능력을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쓴다는 생각이 자리잡히는 순간, 사실상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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