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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010년 4월 8일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잡고 한신건영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이 날은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1심 선고공판 전날이었다.
한 전 총리가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였는데 무죄 선고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검찰이 별건수사에 착수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더 큰 문제는 당시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예비후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압수수색 약 한 달 뒤인 5월 6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압수수색 직후 평소 균형감각이 있다고 생각해 친하게 지냈던 검찰 고위 간부에게 "한 전 총리와 관련한 압수수색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 간부는 "혐의가 있으면 전 총리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라도 수사해야 하는 것이 검찰이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이 간부는 "다만 선거가 끝난 뒤 압수수색을 했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왜"라고 다시 물었더니 "검찰 수사가 선거라는 정치행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으로부터 약 2주가 지나서야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거가 임박한 단계에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영향력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며 수사 유보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2010년 당시 한명숙 전 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 수사가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계량할 수는 없지만 한 전 총리는 6·2지방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검찰의 수사 때문에 한 전 총리가 낙선했다고 생각할만했다.(한 전 총리는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불법 정치자금 혐의는 유죄가 각각 확정됐다)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형사부에 배당했던 사건을 특수부로 재배당하며 대대적으로 실시한 압수수색이었다. 검찰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압수수색 뒤 벌어진 상황을 보면 검찰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압수수색 당일 조 후보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선정 과정에서 관여했다는 문건이 확보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검찰이 수사 내용을 흘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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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당사자와 수사기관이 아니면 확보할 수 없는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공개했다. 검찰의 유출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심지어 우여곡절 끝에 6일 열린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파일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PC로 지급된 프로그램으로 작성됐다고 나온다"며 "이것은 포렌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검찰 압수물 포렌식 자료가 유출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검 임무영 검사는 청문회를 앞둔 조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검찰에 구속되는 현직 법무부장관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은 또 다시 정치의 상수가 됐다. 청와대와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검찰개혁법안이 최선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는 더욱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