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진태 의원, 황교안 대표, 권성동 의원. (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에 불을 붙였지만 통합 중재자 등을 놓고 당내 이견이 분출되며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황 대표가 공개적으로 보수통합기구 구성을 제안 후 통합에 찬성하는 기류가 흘렀지만, 친박‧비박계에서 통합 과정에 대한 불만이 각각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유승민 대표와 통합에 반대 의사를 보였고,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보수대통합추진단(가칭) 단장에 내정된 원유철 의원이 메신저로서 부적절하다고 반감을 내비쳤다.
자칫 계파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중진의원들과 연이어 식사를 함께 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황 대표가 통합의 난관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대표의 공개 선언 이후 통합 찬성 기류 속에서 가장 먼저 반기를 든 쪽은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황 대표와 강원도 지역구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유 대표를 받는 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대표는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잘 들었다. 참고하겠다"라고 짧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이 있던 날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 10일 김 의원은 춘천에서 열린 지지자들과 산악회 모임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다수 친박계 의원들도 '탄핵 불문'을 조건으로 유 대표와의 통합에 찬성하는 기류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측면에서 여파가 주목된다.
비박계에선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 의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황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이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에는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며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권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원 의원에 대해 전혀 사적 감정이 없다"면서도 "적당한 사람을 선정해줘야 (통합)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원 의원과 유 대표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황 대표와 유 대표를 잇는 메신저로는 통합 물밑 작업을 했던 김무성 전 대표를 추천했다.
원 의원은 지난 2015년 유 대표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당선됐을 당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뛰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압박 등으로 유 대표와 선을 그으며 관계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이날 언론에 공개된 권 의원의 문자 중에는 최근 '이해찬 2년 내 사망'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재원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를 촉구하는 내용도 있었다.
'품격이 없는 발언'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고 하지만, 비박계 중진 권 의원이 친박계 핵심 김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는 면에서 계파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큰 집이 내려놓지 않으면 '통합'이 아니라 '흡수'가 된다"며 "밋밋한 '통합 선언'이 용두사미로 끝났을 때 불어 닥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통합 논의 과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인적쇄신과 보수통합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황 대표가 최근 중진의원들과 식사 자리를 함께 하는 와중에 이날 오찬에서도 권 의원 발언이 화제에 올랐다.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들이 참석한 이날 오찬에서는 논란의 당사자인 원 의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심재철(5선) 의원은 통화에서 "원 의원은 유 대표와 과거 좋지 않은 인연들이 있어서 메신저로 부적절하다고 황 대표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그쪽(변혁)에서도 원 의원과 접촉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잘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보수통합'에 당내 중진들의 협조를 구하며 통합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최근 김태흠 의원과 초선의원 등이 촉구한 '중진 물갈이‧험지출마'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과 변혁 간 '국민경선 공천' 논의 등 보도가 나오면서 총선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것도 관건이다.
인재영입과 공천 방식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상호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간극을 좁히는 문제도 주도권을 쥔 황 대표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