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들의 압수수색 장면.사진은 기사내용의 압수수색과 관련 없음.(사진=이한형기자/자료사진)
동종업계에서 국내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 업체가 공무원·대학 교수 등을 대상으로 뇌물공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구체적 증거 확보에 전력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있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A업체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최근 뇌물 매개(媒介)로 활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상품권을 발매‧판매한 대기업 계열의 대형 매장, 백화점들을 잇따라 압수수색 했다.
㈜A업체는 입찰과 관련해 교수,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 천만 원의 상품권을 건네는 등 억대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3월4일자, [단독] 건설용역업체, 교수‧공무원에 억대로비 의혹… 검찰 수사중검찰의 이번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9월에 이어 추가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뇌물 공여 혐의 업체의 상품권 매입여부·규모·경로· 목적 등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 9월 18일 검사, 포랜식 요원 등 30여 명을 투입해 서울시 송파구 ㈜A업체의 사무실과 대표이사 자택, 관계자들 주거지 등 모두 5곳을 압수수색 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9월30일자, [단독]검찰, 유명 건설용역업체 압수수색… '교수‧공무원 억대로비'검찰이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수사인력을 동원, 동시다발로 여러 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그만큼 혐의가 중하고 구체적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원 역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를 인정한 것을 비롯 수사의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판단,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검은 공무원, 교수 등 사회지도층 다수가 연루된 수사건인 점을 감안, 수사진행 보고를 받고 있는 등 주요 사건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업체와 관계자들에 이어 뇌물로 사용된 매개 물건괴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것은 검찰이 어느정도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는 것" 이라며 "법원도 구속영장 발부 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범죄소명이 됐다고 봤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 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수사 중인 상황이기에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8일 ㈜A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직원 4명에 대해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권익위의 해당 조치 결정문.(사진=공익신고자 제공)
◇ 권익위는 ㈜A업체 비리 폭로 직원 '공익신고자'로 인정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8일 ㈜A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직원 4명에 대해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이 업체 직원 B씨 등 4명이 폭로한 회사의 비리 의혹들이 공익적 신고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권익위는 결정문에서 "정부 등이 실시한 건설사업 관리용역 입찰에서 ㈜A업체의 기술제안서가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직원, 기술자문위원인 대학교수 등 공직자에게 상품권 교부, 골프 접대, 향응 제공 등 뇌물을 공여한 혐의가 있다고 검찰에 고발한 신청인들의 신고는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신고에 해당된다"고 명시하는 등 신고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권익위는 특히 공익 신고를 이유로 이들이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일신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결정문에서 '공익신고자들의 지난해 역량‧업적 평가 결과를 상향조치 할 것'과 '부당한 인사조치를 취소할 것'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회사가 권익위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4월 B씨 등 4명으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을 접수,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들은 회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신고 이후, 사측으로부터 역량‧업적 평가에서 부당하게 낮은 등급을 받았고, 공사현장 등으로 부당하게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9월2일자, 억대 로비의혹 '폭로'하자… 'CCTV 감시' 부메랑8년 넘게 ㈜A업체회의 인사 실무를 담당해 왔던 B씨는 당시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1년 가까이를 아무런 업무도 없이 지하 회의실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회사가 고소취하를 거부하자 CCTV를 설치해 감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고소인들도 비슷한 사정을 호소했다.
10년 이상 재무회계부서에서 근무 하면서 100여개의 현장 운영비 지출 등을 담당했던 C씨는 "고소 이후 일개 공사현장의 경리담당으로 인사조치 됐다"고, D씨와 E씨는 "20년 가량인사부서에 몸담았던 간부급 직원이었는데 공사현장을 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연봉계약서에는 근무장소, 근무내용 등이 명시돼 있고 이런 조건에 동의해 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명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장 전보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에 대해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현장 전보는 고소인들의 동의를 거쳤다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현장 전보로 인해 고소인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인정될 만큼 정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고, 고소가 없었더라도 당연히 이뤄졌을 전보라고 볼만한 사정 또한 찾을 수 없다"며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설하업관리용역 업체가 기술자문위원(평가위원) 등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뇌물을 공여 했다는 혐의와 관련, 검찰이 최근 대기업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뇌물공여 일시, 금액, 수뢰자, 전달자, 사업목적 등이 명시된 관련 자료 일부.(사진=동규기자)
◇ ㈜A업체, 입찰 참여 과정서 전방위 로비 의혹… 46차례 향응·금품 제공 혐의㈜A업체는 용역 관련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주청의 기술자문위원(평가위원) 등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뇌물을 공여 했다는 주장이 회사 내부 직원들로부터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A업체의 직원들은 지난해 1월 ㈜A업체의 대표이사 F씨 등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고소한바 있다.
고소 당사자들은 당시 고소장에서 'F씨가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에 참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영업팀 직원들을 동원해 기술자문위원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평가를 마친 후 금품,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F씨가 부정청탁 등의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공모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F씨가 2016년 1월경 C공사에서 실시한 D빌딩의 건설사업관리용역 입찰과 관련해 영업팀 직원으로 하여금 C공사의 기술자문위원인 E교수 등에게 상품권 1천500만 원 상당을 건네게 하는 등 2017년 10월까지 1년 10개월 여 동안 모두 46차례에 걸쳐 1억7천여만 원 상당의 뇌물공여를 했다'고 적시한바 있다.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참여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발주청 기술자문위원들의 평가를 받게된다.
뇌물공여 관련 이미지.(이미지 사진=자료사진)
현재 뇌물을 받은 의혹을 사고있는 수 십여명의 기술자문위원들의 직업을 보면 교수, 공무원, 정부기관 종사자 등이다. 특히 이중 교수가 가장 많은 비중(69.5%)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CBS노컷뉴스 취재팀이 입수한 해당 고소장의 첨부자료(뇌물공여 관련)에는 46차례 공여한 뇌물금액은 물론 공여일시, 수뢰자, 전달자, 사업목적 등이 실명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자료에는 많게는 한번에 2천400만 원 상당의 금품(상품권)이 전달된 것을 비롯 수 백만원대의 향응, 골프접대 등 다양한 형태의 뇌물공여가 교수, 공무원, 정부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혐의에 대한 정황이 담겨있다.
특히 46차례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된 24개 관련 사업들에 대해 취재진이 국토교통부의 건설사업관리능력공시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수주 현황을 확인한 결과, 9개(37.5%) 사업이 낙찰돼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된 사업들 중 셋 중 하나 이상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이들 사업의 수주금 규모는 115억9천여 만원에 달한다.
한편, ㈜A업체는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해 지난 3월 취재진에게 "(뇌물공여혐의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사실무근이기 때문에 뭐라 특별하게 말할게 없다. 전혀 그런 사항은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또 지난 9월 비리 폭로 직원들에 대한 보복조치와 관련해서는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안다. 불이익이면 벌써 퇴직 시켰지 데리고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A업체 측은 26일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위한 CBS노컷뉴스의 전화통화, 문자 등을 통한 질문에 연락이 닿지 않는 등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