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기자
지난해 '김기현 측 비위사건'과 관련한 경찰청의 청와대 보고 대부분이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청와대는 정반대의 설명을 내놓으며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어왔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21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올린 총 9건의 보고 가운데 8건은 6·13 지방선거 이전에 이뤄졌다. 나머지 1건만이 12월3일에 보고됐다.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극명하게 나뉜 경찰의 보고 건수는 청와대의 기존 설명과는 배치된다.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대부분 지방선거 이후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당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김 전 시장 관련) 압수수색을 하고, 조사하고 있는 내용을 아홉 번이나 보고 받는 정무적 감각도 없는 청와대가 제대로 된 청와대인가. 오히려 보고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 이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자 이 같이 답변했다.
노 실장은 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선거와는 관련 없는 상황 파악 차원의 일상적 보고였다는 논리로, 청와대가 야당 유력 주자를 표적 삼아 경찰에 비위 첩보를 하달하고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 아니냐는 '하명 수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 설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되면서 당시 청와대가 논란 차단에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경찰은 지난해 선거와 수사 보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사건의 보고횟수를 따지는 것은 정치적 해석에 따른 것"이라며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국회의원들이 항의하는 등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이 진행되고, 논란이 되고, 언론에 보도된 시점에 맞춰서 보고가 이뤄진 것이지, 선거에 맞춰서 수사나 보고가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전까지 청와대에 수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경찰 보고가 선거 후 수사가 마무리되기까지 단 한 차례만 이뤄졌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한편 검찰도 이 같은 정황에 주목하고 선거 전 경찰의 청와대 보고 내용 등을 분석하면서 하명 수사 의혹의 실체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