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패소’ 판정이 확정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인수·합병(M&A) 사건의 ISD 패소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가 영국 고등법원에서 거절되어서다.
이란 기업에 730억원을 물어줘야 하는데 국민 세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란 다야니 가문 대(對)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영국 고등법원이 중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한국 정부에 ISD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란의 가전업체 소유주 '다야니' 가문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다.
2010년 우리은행과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은 대우전자의 후신인 대우일렉을 이란의 다야니 가문에 매각하려고 했다. 다야니 가문은 계약금 578억 원을 냈지만 채권단은 이후 확약서상 총 투자규모가 투자금이 부족하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도 몰수했다.
이에 다야니 가문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2015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제기했다. 그 결과 지난해 국제 중재 판정부가 다야니 가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제 중재 판정부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낸 것이다.
다야니 가문의 중재 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대한 것이므로, 한·이란투자 보장협정상 중재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영국 고등법원은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이란 투자보자협정상 '투자' 및 '투자자'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다야니 가문을 대한민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다야니 가문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정부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해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SD 판정이 확정됐기 때문에 다야니하고 채권단 측과 협의해서 판정이행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당시 계약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730억 원에 취소 소송 기간의 추가 이자까지 지급해야 하는 등 계약금 이외의 비용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차액 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도 채권단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