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배달의 민족' 캡처)
주문결제앱 기업인 '배달의민족'이 매각 후폭풍을 맞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배민' 매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소상공인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포괄하고 있는 연합회로서는 국내 주문결제앱 시장 1위인 '배민'이 업계 2,3위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 시장 독점으로 인해 수수료가 인상될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마저 가져간다면 국내 주문결제앱 시장의 99%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차지하는 셈"이라며 "독점으로 인해 경쟁은 사라지고 이는 결국 중계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중개 수수료 인상이 음식값 등에 반영돼 결국 매각과 시장 독점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같은 관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딜리버리히어로간의 기업결합을 더욱 엄격히 심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배민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배민 매각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부정적 시각은 자영업자들과는 조금 다르다. 업계 1위 앱이 해외 자본에 팔려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특히 배민이 '우리가 어떤 민족이냐'며 '토종앱'을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을 써오며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해외 경쟁 자본에 쉽게 안긴 것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을 강조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독일에게 회사를 팔아치우느냐"며 "배달의 민족이 독일민족이었냐"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배민' 앱 대신 음식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민에서 메뉴만 검색한 뒤 주문은 직접 전화로 하자는 구체적인 행동요령까지 제시하고 있다.
벤처전문가들은 '배민'의 해외매각을 국내 벤처기업·스타업 투자 회수 시장의 취약한 사례로 보고 있다. 벤처기업·스타업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자본의 참여는 낮고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국내 M&A 시장 자체도 미약하다는 것이다.
배민만 하더라도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기 이전부터 이미 외국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개인 지분을 제외한 배민 지분의 87% 가운데 75%가 중국 힐하우스, 미국 골드만삭스 등 해외 자본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무려 2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쿠팡이나 직방(골드만삭스), 토스(미국 페이팔, 굿워터) 등 잘 나가는 국내 유니콘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본이 미약한 것은 투자 시장보다 회수 시장이다. 벤처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은 기업공개(IPO)나 M&A 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IPO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는 보통 13~15년이 걸린다. 결국 단시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M&A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자본은 M&A시장에 좀처럼 뛰어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잘 나가는 국내 벤처기업·스타업들은 해외 자본에 줄줄이 매각되고 있다.
배민에 앞서 국내 숙박앱인 '여기어때' 역시 지난 9월 유럽 최대 사모펀드인 CVC 캐피탈에 매각됐고 10월에는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수아랩'이 미국 기업 '코그넥스'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나수미 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이 매각돼 투자 자금이 회수되면 다시 재창업을 활성화하는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예를 들며 "활성화된 회수 시장은 창업 생태계로의 재투자 폭포를 일으켜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배민 매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독점에 따른 폐해 여부는 공정거래위가 판단할 것"이라며 M&A 활성화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