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미군 전차(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반도 안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때 주한 미군에서 전쟁 오인 소동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 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언론과 소셜 미디어 등에 따르면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밤 10시쯤 동두천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서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취침 시간 적막한 군부대에 울려퍼진 굉음에 놀란 일부 장병들은 즉시 군복으로 갈아입고 출동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
이 곳이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가까운 주한미군 부대인데다, 북한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숙지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이 무력 도발을 의미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기 때문에 어느 때 보다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군 부대 내에 전쟁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던 무렵 다행히도 해당 사이렌이 실수로 울린 사실이 하달됐다.
알고보니 취침 음악 탭을 눌러야할 상황에서 '개전 신호(go to war siren)' 버튼을 잘 못 누른 것이다.
개전 신호는 말 그대로 실제 전쟁상황임을 알리는 신호다.
주한미군 2사단 마틴 크라이튼 중령은 이 사이렌에 대해 병들에게 경계태세 절차를 시작하라는 경고 사인 역할을 한다고 성명을 통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적 실수(human error)라고 공식 인정했다.
크라이튼 중령은 "기계를 조작한 이가 엉뚱한 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즉각 확인한 뒤 오경보였다는 사실을 캠프 케이시 내 부대들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즉각'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사이렌이 울리고 이 것이 오경보라는 사실이 공지되기까지 얼마 동안의 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미군은 실수라고 했지만 미군 장병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당시 현장의 장병들이 소셜 뉴스 서비스인 레딧(reddit)에 올린 글에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담겨있다.
레딧에는 '멍청한 거짓 알람' 이라는 제목과 함께 "케이시에 있는 누군가가 취침나팔 대신 개전 신호 버튼을 누르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허위 경보였지만 전 부대가 동요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글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28일 오전까지도 레딧 사이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레딧 홈페이지 캡처)
레딧에는 전쟁이 발발한 줄 알았다는 글들도 많았다.
또 "(경보 사이렌에) 사람들이 군복 차림으로 이리저리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곳에 2주 정도 있었는데, 부대내 다른 사람들은 전에는 이런 경보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하더라. 아이고 내 혈압이야" 등의 글도 올라왔다.
트위터에도 "한국에 있는 캠프 케이시가 방금 취침 나팔 대신 개전신호 사이렌을 부주의로 발령했다"는 글이 사이렌이 울리는 동영상과 함께 게시됐다.
동영상에는 '북한이 우리에게 성탄절 선물을 줬다고 생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산타 복장을 한 남성이 취침 나팔 버튼 대신 '전쟁 알람'을 잘못 누른 뒤 진땀을 빼는 카툰도 이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 실수라고 웃어넘기기에는 너무도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실제 상황으로 오인한 미군측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한답시고 실제 미사일 버튼을 눌렀다면 어땠을까?
작은 오판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일이 2018년 하와이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며 그 같은 위험 성을 경계했다.
지난해 1월 13일 하와이에서 탄도미사일 위협경보가 실수로 잘못 발령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미사일 공격 오경보 발령은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작업교대 도중 경보 시스템을 점검하다가 빚은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와이 오경보 발령 상황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일도 '부적절한 때'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