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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2019년 집 못산 정과장, 올해는 가능할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도 '강남불패'
    다주택자들, 쏟아진 규제에도 "버티면 된다" 맷집 커져
    전문가들 "12.16대책이 집값 끌어내리기는 힘들어…가격 양극화 가능성도"
    "매수자에 부담"vs"더 올려야"
    다주택자 매물 잡기 위한 보유세 인상에는 의견 엇갈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래프에 최근 최고가를 뜻하는 점이 하나 추가되자 정모(36)씨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2년 전 아내는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서울시 성동구 집을 매매하자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아내의 의견을 무시하고 서울 토박이 운운하며 배짱을 부렸던 게 화근이었다.

    이후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보다 호가가 7천만원 오르더니 지난해 하반기 몇 달 동안 5천~1억씩 뛰었다. 지금은 구매 가능한 예산에서 3억원 이상 차이나 매매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 직장인 정모씨가 2019년 집을 사지 못했던 이유

    정씨같은 실수요자를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는 2019년 한 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9억원 초과주택 담보대출 LTV 추가 강화 등 규제 대책을 쏟아냈다.

    정부의 규제 대상은 명확했다. 15억 이상 1%의 고가 주택의 가격이 오르면 나머지도 따라 오르기 때문에 1%를 잡으면 나머지 99%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줄곧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여온 매매가가 6월 4째주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는 실소유자들의 '이목'을 강남에 집중시키며 오히려 강남불패의 역설을 만들어냈다.

    8월 분상제 발표가 난 후 강남,송파,서초,강동 등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상승률은 다른 구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벌어지며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매매가격동향(자료=한국감정원 제공)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4구는 9월 말 0.11%를 기록한 직후 꾸준히 올라 12월 3째주에는 0.3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강남4구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서울 전역의 아파트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1월 -0.10%였던 가격은 12월 0.20%까지 올랐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격이 오르는 아파트를 찍어주는 '족집게 과외'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 감소 우려가 기름을 부으면서 청약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청약 커트라인이 60점 이상 오르는 '로또 청약' 광풍도 불었다.

    교육 변수도 한 몫을 했다. 정시 강화 발표로 교육 특구인 강남과 목동 전세가 한 달만에 1~2억씩 오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시장 가격이 요동치자 정부는 기습적으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9억원 이상 주택의 담보대출 LTV를 강화하고 보유세 카드까지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규제 정책이 쏟아지지만 보유세가 생각한 것보다 강력하지 않았다"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세금 문의가 더 많이 와 고객들에게 세무사를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은 쏟아지는 규제들을 맞고 버티면서 '맷집'이 더 좋아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는 "지난해 그 많은 규제에도 현장은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정권 지나갈때까지 버티면 바뀌니까 정책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들이 속으로는 집값 오르는 것 못 막는다고 생각하는데 바깥으로는 세금 폭탄이다, 너무한다면서 엄살부리는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지면 보유세 못 건드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 9억원 이하는 '풍선효과'…15억 이상은 '그들만의 리그'

    전문가들 역시 2020년도 아파트값의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2020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지방의 경우 보합(0.0%)선을 유지하겠지만 서울 주택가격은 만성적 공급부족 심리와 학군수요, 유동성 등 상승 요인으로 1.2%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지역별 가격 양극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15억원 이상 주택이 산재한 강남의 경우 규제와 관계없이 돈 있는 사람만 구매가 가능해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는데다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더 올라가는 소위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가격 타깃팅의 전형적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9억원 이하 주택은 LTV 추가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보유세' 전략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보유세는 파는 사람보다 오히려 사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양도세와 함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걸 막기 전에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해야 한다"며 "현재 보유세는 집값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16 규제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회의적인 인식이 우세했다. 강력한 규제를 내놓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 상승률을 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추가 대출 규제 등 강력한 규제로 투기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 유보에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연초에 가격 숨고르기가 가능하지만 분양시장 선호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은 약보합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시장의 자극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대체 투자처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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