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발표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수사 결과가 오는 4월 열리는 21대 총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현직 국회의원 피의자 100명 중 기소된 사람이 29명에 불과했다.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사건 처리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조광환 부장검사)는 2일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자유한국당 의원 24명(황교안 대표 포함),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 등 현역 정치인들 29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 국회의원은 여야를 합쳐 모두 100명이다. 의원 100명 중 기소가 이뤄진 건 29명으로 3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65명은 기소유예, 6명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충돌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당내 어떤 지위였는지, 구체적인 유형력 행사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혐의와 관련한 거의 모든 증거가 영상으로 남아있고 전국민에 생중계가 된 상황에서 70명 넘는 의원들이 기소를 피한 부분에 대해 의구심이 나온다. 4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 눈치보기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한 이유다.
검찰이 기소와 기소유예, 무혐의를 가른 기준이 영상에 의한 주관적인 판단이었다는 것도 이같은 의구심을 키우는 부분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끝까지 검찰 소환 조사를 거부한 상황에서 검찰은 대부분 영상 분석에 의존해 기소 여부를 판단했다.
지난 9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가져간 검찰이 3개월여 만에 사건을 급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고발된 사람만 140명이다. 하루에 한 명 혐의만 결정하더라도 140일이 걸리는 큰 수사였기 때문에 급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검찰은 자처해 총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사건 처리를 서둘렀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이 4월에 예정돼 있고, 각 정당별로 공천이 곧 진행된다"며 "내부적으로 이 사건을 오래하면 할수록 공천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야 총선 공천 스케줄이 사건 처리 속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한 셈이다.
같은 사안을 둘러싼 검찰 판단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경우, 대부분 피의자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증거 분석 만으로 기소가 이뤄졌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 사안에 관한 검찰 판단도 뒷말이 나온다. 애초 수사단계에서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등 의원이 감금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한 건 정갑윤 의원 1명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 경우 의원실 출입구를 막기 위해 소파를 옮기는 등 영상 증거가 있는데도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게 적절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증거 관계가 영상으로 확보돼 있고, 국민들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결론을 내릴 때 어떤 외압이나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도 "여 의원은 가담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이 총선을 의식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여야 의원 30여명을 재판에 세운 이번 결정도 선거와 공천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회법 위반 혐의(국회 회의 방해)를 받는 의원들은 벌금 5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된다.
총선 전 500만원 이상 벌금형 판결이 확정되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고, 당선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한다. 각 당별 공천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기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