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복수를 촉구하는 이란 시민(사진=AFP/연합뉴스)
이란이 8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단행한 미사일 공격은 이란이 수차례 천명한 '비례적 대응'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연이어 방문한 부대를 비롯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을 타격하면서 공격 시점마저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으로부터 폭격 당한 시간에 맞추는 등 보복성 공격임을 명백히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주도된 이날 공격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와 일맥상통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키사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로 비이슬람 권에도 잘 알려진 비례 대응의 원칙이다.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지난 3일 공항에서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뒤 줄곧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해 왔다. 심지어 공격 개시 시간(새벽 1시 20분)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폭격 당해 사망한 시각과 일치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란의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은 지난해 7월 이란 유조선이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에 억류되자 보름 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영국 유조선을 나포한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영국의 도적질을 그대로 돌려줬다"며 유조선 억류의 배경을 설명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미사일 공격에 대해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장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과 고위 군인을 겨냥한 비겁한 공격을 감행한 (미군) 기지에 대해 방어적인 비례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가 위치한 에르빌 지역은 최근 몇 년간 미군과 연합군의 이슬람국가(IS) 공격의 핵심거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역시 미국과 연합군의 IS 격퇴 활동의 중추로 활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방문한 분쟁 지역 주둔 미군 부대로 기록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지에 로켓포 5발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픽=김성기 PD)
미군과 연합군 1천500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으며 사담 후세인 축출을 내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계속해서 미군이 주둔해 왔다. 이런 이유로 에르빌은 다른 이라크 지역에 비해 미국인에게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명성이 무색하게 됐다.
에르빌 지역은 한국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하다. 지난 2004년 2월 창설된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자이툰 부대)가 같은 해 8월부터 파병된 뒤 2008년 12월 완전히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