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선 현장을 누비는 경찰관들의 고충도 커져만 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찰서를 다녀간 사람이나 현직 경찰관 중에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의심 증상을 보이는 등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는 이웃 주민들을 위협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60대 남성 A씨가 고열증세를 보여 격리됐다가, 신종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뒤에야 격리 해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A씨를 지난 8일 은평구의 한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지만 A씨가 38도의 고열 증세를 보이자 서울시립의료원으로 이송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게 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내 치안센터에서 격리조치를 받았다. A씨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관과 조사한 형사들 역시 A씨와 함께 격리조치 됐다.
해당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일선 경찰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라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민원인을 가까이에서 만나야 하는 형사‧경비 등 외근부서나, 지구대‧파출소가 포함된 지역 관서 경찰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 구로지역 한 형사는 "매일 다양한 현장에 투입되는 형사들은 24시간 감염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는 당장 질환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잠복기를 거쳐 14일 만에 나타나는 등 변수가 많아 대처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혹시라도 환자가 경찰서를 방문했다고 하면 '경찰서 폐쇄'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배포된 마스크와 세정제를 사용하는 등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북의 한 형사도 "사실 누구한테 전염될지 모르니 조사할 때 마스크를 끼고 있다"며 "조사 중에는 침도 튀길 수 있고,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오간 사람들이 무작정 경찰서를 들러 불안한 마음에 추후 조치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민원안내를 하는 한 경찰관은 "최근에 한 할아버지께서 '중국을 다녀온 지인이 병원을 가지 않고 있다, 어디에 신고를 하면 되느냐'고 찾아온 적도 있다"며 "혹여 내가 감염돼서 집에 있는 아이한테 옮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일선 경찰들은 현장에 출동한 이후에야 피의자에게서 고열 증상이 발견되는 등 미리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은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 간부급 경찰은 "보건당국에서 위치추적이나 소재파악을 요청하는 경우는 미리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가면 된다"며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뒤에야 피의자에게서 의심소견이 발생하는 경우는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경찰관이 감염돼 전파자가 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면서도 "피의자가 의심소견을 보이면, 집으로 보낼 수도 없고 마음대로 임시조치를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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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경찰서에는 '지구대 폐쇄' 사태가 발생한 적도 있다.
지난 7일 서울 구로경찰서 산하의 신구로지구대는 신종 코로나로 의심되는 외국인과 접촉한 경찰관이 있어 한때 해당 지구대를 폐쇄했다. 신도림역 내에 외국인 남성 B씨가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는데, B씨가 폐렴 의심 소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B씨 역시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몇몇 경찰서에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방문 민원인의 체온을 의무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와 접촉했을 경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촉자는 모두 격리조치 하고 머물렀던 장소도 폐쇄토록 하고 있다"며 "혹여 경찰서가 폐쇄될 경우, 인근 경찰서에서 담당 업무를 대신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에서 뛰는 현장 경찰관들이 불안함을 겪지 않도록 보건당국과 협의하고 관련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